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팬데믹 모델로 전환 계기"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 희귀질환 연구와 치료 병행하는 체계 마련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의료 공헌을 위해 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과 소아 희귀질환 연구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 국내 최초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에 박차…"국지적 대응 아닌 팬데믹 모델로"
28일 재계 및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 유족은 이중 5천억원을 150병상 규모의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출연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현재 건립 중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에 코로나19 등 팬데믹(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중앙감염병 전담병원 건립 논의가 본격화한 2017년 당시 국립중앙의료원(NMC) 등은 이 병원을 메르스 등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로 구상했다.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에 자리 잡을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에는 고위험 중증 감염병 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고도격리병상과 함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과 연계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응 상황실도 갖춰질 예정이다.
국가가 보건의료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유럽 지역 외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갖춘 곳은 미국, 싱가포르 등 극히 일부다.
이에 따라 현재 중앙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맡은 NMC는 코로나19가 끝나고 국가 간 왕래가 재개되면 한국이 중앙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외 의료진 교육 등을 맡아 방역과 감염병 관리의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 유족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 연구소에도 2천억원을 투입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설비 구축에 기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NMC는 "기부금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구축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희귀질환 앓는 소아환아에 대안 제시…"연구와 치료 동시에"
이 회장 유족의 기부로 국내에서 암과 희귀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에게도 대안이 생긴다.
유족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이를 지원하는 데 3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중 2천100억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아들의 검사 및 치료에 사용되며, 나머지 900억원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기반 구축에 쓰인다.
이에 따라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 연구와 치료를 병행하는 '연구 기반 치료' 체계가 마련될 예정이다. 소아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해 연구에 참여하면서 항암제 등 신약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임상 현장에서는 연구와 치료가 동시에 발전할 수 있다.
그간 성인 질환과 달리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아암 및 소아 희귀질환 신약의 경우 개발 후에도 임상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왔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유족들의 기여로 선진국에만 있던 어린이 희귀질환 치료 약물 확보 체계가 마련됐다"며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 국내에서 더 많은 소아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주관기관으로서 오는 5월 관련 사업단을 꾸리고, 전국 어린이병원과 유관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입안할 예정이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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