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하루 전 첫 의회 연설…코로나19 극복 성과 거론
'일자리' '가족' 등 4조달러 인프라 투자 제시…대기업·최부유층 증세 공식화
인종차별주의 근절·경찰개혁·총기규제 의회에 촉구…친이민 정책 표방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이 새롭게 비상하고 있다며 4조 달러(4천500조 원)가 넘는 초대형 지출 예산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중국과의 전방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과 최부유층에 대한 '부자 증세' 추진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최악의 전염병과 경제위기, 민주주의 공격 속에 취임했지만 "미국은 100일간의 구조와 재건 이후 이륙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100일 전 미국의 집에 불이 났다. 우리는 행동해야 했다"며 '미국 구조계획'이라 명명된 1조9천억 달러 규모의 전염병 대유행 경기부양안, 2억회 이상의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극복을 성과로 부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절대 주저앉지 않는다"며 물적,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4조 달러가 넘는 2개의 초대형 지출 계획을 미래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사를 통틀어 공공 투자와 인프라가 미국을 변화시켰다"고 강조하며 스스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규모 재정 투입 계획이다.
그는 먼저 "21세기에 승리하기 위해 중국,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2조2천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이 수년 간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예산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교통 인프라 업그레이드와 식수 개선 등 전통적 인프라는 물론 초고속 인터넷, 기후변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라고 호소했다. 중국과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첨단 배터리, 생명공학, 반도체 등 기술에서 미국이 지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가족 계획'이라고 명명한 1조8천억 달러 규모의 인적 투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4세 유치원 무상 교육, 2년 간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 교육, 보육 지원 확대, 가족 돌봄과 의료 목적의 유급 휴가 확대, 보험료 지원 등이다. 8천억 달러의 세액공제 계획도 포함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원 확보를 위해 "이제 미국의 기업과 가장 부유한 1% 미국인이 그들의 공정한 몫을 지불할 때"라며 '부자증세'를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현재 37%인 연간 40만 달러 이상 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과 20%인 100만달러 이상 자본이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공히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은 이미 충분히 세금을 내고 있다"며 연간 40만 달러 미만 소득자에게는 어떤 세금 인상도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 경제의 낙수효과는 결코 없었다며 중산층 강화와 저소득층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인 우월주의 테러를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지칭하며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 체계적 인종차별주의 근절, 경찰개혁을 위한 법안 처리 필요성을 호소했다.
흑인과 백인, 라티노, 아시아계, 원주민 등 더 많은 미국인의 삶에 진정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최근 상원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증오범죄 방지법을 압도적으로 처리한 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또 신원 조회 강화,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유령 총(ghost guns) 금지 등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해 "이제는 의회도 행동을 취할 때"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은 항상 미국에 필수적이었지만 정치인들은 30년 이상 이민개혁을 말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시민권 확대 등 친이민 정책을 위한 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민주주의와 정부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한 뒤 "나는 미국에 대해 지금보다 더 확신에 차고 낙관적인 적이 없었다고 절대적 자신감으로 말할 수 있다"고 단결을 호소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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