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멸종위기종 올빼미앵무생 등 25종 "질 높은" 게놈 완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포유류는 물론 새와 물고기까지 포함해 현존하는 7만여종의 척추동물 게놈(유전체) 지도를 구축하려는 계획의 첫 성과물이 나왔다.
미국 록펠러 대학과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HHMI) 등에 따르면 '척추동물 게놈 프로젝트'(VGP)는 멸종 위기의 날지 못하는 '올빼미앵무새'(kakapo)와 캐나다 스라소니 등 척추동물 6개 목(目)을 대표하는 25 종(種)의 참조 게놈(reference genome)을 완성하고 관련 성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등을 통해 발표했다.
인간 게놈지도가 지난 2003년 완성된 이후 여러 동물의 게놈이 분석돼 발표됐지만 실험실에서 이용되는 쥐나 초파리, 제브라 피시 등 이외에는 참조 게놈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불완전하고 오류가 많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VGP는 연구자들이 잘못 조립되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고치느라 길게는 몇년씩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기꺼이 갖다 쓸 수 있을 정도로 게놈 지도의 질을 끌어올리고, 대상도 척추동물 7만1천657종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새로 완성된 게놈과 비교해 이전 것은 유전자의 60%까지 염기서열 분석이 안 돼 있거나 잘못 조립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천 가지에 달하는 오류를 바로잡는 데는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지적됐다.
록펠러대학 교수로 VGP 회장을 맡은 에릭 자비스 박사는 "25종의 게놈은 핵심 이정표"라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VGP는 2000년대 말 게놈 구축 대상을 실험실 동물에 국한하지 않고 1만 종으로 확대하려던 'G10K'를 이어받은 것이다. G10K는 당시로선 수억 달러의 비용이 들고, 게놈 염기쌍 서열 분석과 조립 기술도 불완전하고 오류가 많아 성과 없이 끝났으나 최근 분석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
인간 게놈지도 완성에 이용된 1세대 염기서열 분석과 조립 기술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2세대 기술은 35~200 염기쌍의 단서열(short-read) 분석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했지만 분석이 끝난 조각을 정확히 조립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VGP 게놈 조립팀은 기업이 제시하는 염기쌍 서열분석과 조립 기술을 비교적 게놈 규모가 작은 벌새(Anna's Hummingbird)를 대상으로 적용했지만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를 하나로 통합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거뒀다.
개체가 약 200마리 밖에 남지 않아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는 올빼미앵무새가 유전적으로 100마리 미만으로도 멸종을 피할 수 있다는 답을 얻은 것도 이번에 발표된 게놈 성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서식하는 올빼미앵무새는 게놈이 없어 이전에는 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VGP는 앞으로 모든 척추동물 목을 대표하는 260종의 게놈을 완성한 뒤 과(科)와 속(屬)으로 확대하며 척추동물 종의 참조 게놈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