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팬데믹 시기에 주민 현혹…이슬람교리 선생이 유명해지려고 기획"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며칠 동안 마을 사람들이 '흑마술로 돈을 훔쳐 간' 멧돼지를 붙잡아 참수한 황당한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면서 떠들썩했다.
30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외곽 드폭시 사왕안 지구 버다한 마을에서 27일 새벽 8명의 남성이 나체로 멧돼지 포획 작전에 나섰다.
이들은 "악마를 잡으려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이슬람교리 선생(Ustaz)의 지시에 따라 나체로 돼지를 붙잡은 뒤 목을 잘랐다.
마을 주민들은 "석 달 전부터 집에서 돈이 자꾸 사라졌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돼지로 변하는걸 본 사람이 있다. 바비 응예뻿 흑마술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바비 응예뻿'(babi ngepet)은 자바지역에서 전해지는 설화로 흑마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멧돼지로 변신해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금과 보석, 돈을 훔친다고 내용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는 멧돼지가 출몰하고 나면 재물이 없어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버다한 마을 주민들은 붙잡은 멧돼지를 참수해 머리와 몸을 따로 묻었다.
이들은 "멧돼지를 붙잡자 크기가 확 줄어들었다.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머리를 참수했다"고 밝혔다.
멧돼지 참수 사건이 SNS에 퍼지면서 현지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하자 경찰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혹세무민하는 사건으로 보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28일 오후 멧돼지 무덤을 파헤쳐 사체를 수거했다.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원(LIPI) 생물학 연구센터는 "멧돼지 크기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터뷰도 내놓았다.
경찰은 나체로 멧돼지 포획 작전에 참여한 주민 등 10여 명을 경찰서로 데려가 신문한 결과 이 마을 이슬람교리 선생인 아담 이브라힘(44)이 명성을 얻기 위해 멧돼지 참수사건을 기획했다며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술사가 유명해지려고 친한 주민들과 사건을 기획하고, 온라인에서 90만 루피아를 주고 산 돼지를 26일 배달받은 뒤 행동에 나섰다"며 "이들이 미리 바비 응예뻿 소문을 마을에 퍼트렸다. 아무도 직접 사람이 돼지로 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아담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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