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기 꺼냈지만 독특하게 자궁 남겨둬
태아 두개골 보면 26∼28주차로 손발도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고대 이집트 시절 태아를 품은 채 죽은 한 여성의 미라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있는 폴란드과학아카데미(PAS) 연구진은 한 이집트 미라에서 태아의 손발이 포착됐다면서 이는 임신 7개월 차 여성의 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까지 제대로 보존된 임신부 미라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르샤바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이 미라는 1826년 폴란드로 옮겨온 후로 최근까지 한 남성 성직자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연구진이 엑스레이와 컴퓨터 테스트 등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 임부였다는 사실이 이번에 새롭게 드러났다.
폴란드 고고학자 마제나 오자레크-실케는 "미라가 남성 생식기 대신 가슴과 긴 머리칼을 갖고 있어 놀랐고, 임신부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면서 "태아의 작은 손과 발을 봤을 때는 충격 받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의문의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미라의 생전 나이는 20∼30세로, 태아의 두개골 크기 등을 고려하면 임신 말기에 들어선 26∼28주 차였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방부 처리된 임신부 시신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고대의 임신과 산모 관련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미라의 방부 처리된 장기들은 네 개의 자루에 든 채로 발견됐으나 태아는 자궁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연구원은 "사망한 임부를 미라로 만들 때 태아를 꺼내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미라가 독특한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사후세계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의 믿음 또는 물리적인 어려움 때문에 태아를 남겨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미라에서는 부유함을 상징하는 물건 최소 15개도 함께 발견됐다.
석관에는 이 미라가 기원전(BC) 1세기∼기원후(AD) 1세기 살았던 남성 성직자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연구진은 이 임부가 이보다는 더 이전에 살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고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최신 호에 실렸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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