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정치전략 회의…수목금엔 골프 27홀
활발한 언론 인터뷰로 바이든·정적 때리기
더타임스 "퇴임 후 조용한 美대통령들 전례 거스르는 행보"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으면서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100일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퇴임 대통령들은 새로 취임한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가급적 당면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트럼프의 경우 퇴임과 동시에 곧바로 공화당의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이자 '킹 메이커'로서의 행보에 또다시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9일 기사에서 퇴임 후 조용히 '포스트 오벌오피스' 생활을 보내는 대다수 미 대통령의 전례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스르고 있다면서 차기 대선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의 '퇴임 후 100일' 일상을 소개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퇴임 후 줄곧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개인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면 어김없이 골프를 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요일에는 27홀을 모두 돌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도 대개는 그러하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골프가 없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리조트 내 연회장 위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참모들과 함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는 데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지지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면서 재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비록 대선에서 패하긴 했지만 7천400만표에 달하는 득표수를 기록하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는 등 굳건한 지지층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회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앞다퉈 '구애 경쟁'에 나서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에 '찍히면' 보수 지지층 표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활발한 언론 인터뷰와 성명 발표 등을 통해 현 정부를 비난하거나 정적을 비방하는 일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의회 연설 내용에 국경 장벽 문제가 빠졌다고 비난했고, 앞서 18일에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시한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등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은 공화당 일부 인사들, 상원 탄핵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진 일부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보복'도 다짐한 상태다.
자신의 재임 시절 성과를 홍보하는 웹사이트를 지난달 말 개설한 데 이어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29일 폭스 인터뷰에서 "나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한 고려를 하고 있다. (출마 발표는) 내년 중간선거 직후일 것"이라며 재선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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