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대결 속 미 '전략적 모호성' 약화
원인은 중 군사굴기에 따른 미 우려 증폭
시진핑 리더십·대만 반도체 등 갈등완화 변수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패권경쟁을 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상충하는 대만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지역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0일(현지시간) 대만에서 미중갈등을 통제해온 '전략적 모호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상황을 이같이 해설했다.
미국은 대만과 중국이 충돌할 때마다 대만 방어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수십 년간 유지해왔다.
특히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때 군사지원 여부를 두고 뚜렷한 입장을 거부하는 모호성은 중국과 대만을 함께 안정시킨 전략의 핵심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태도를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에 독립을 선언할 계기를 주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풀이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대만해협에 군사자산을 전개해 중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변화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 때문에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데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대만해협에 군함과 잠수함 90척을 띄웠는데, 이는 미국이 태평양 서부에 배치한 군사력의 4∼5배다.
최근 진행한 워게임(가상 전쟁실험)에서는 미군이 대만을 침공한 중국군에 패배하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군 수뇌부에서는 중국이 군사력 우위를 점하게 되면 대만을 조만간 침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들리기도 한다.
필 데이비드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이르면 2027년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 그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군사충돌이 발생할지는 미지수다.
대만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소재가 있기도 하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최첨단 반도체의 84%를 생산하는 TSMC가 먼저 거론된다.
만일의 사태로 TSMC가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 글로벌 전자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상황은 미국과 중국에 모두 대규모 손실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도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더한다.
시 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발표한 구상에서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 공격을 감행하면 이러한 계획은 수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시 주석의 위험 성향이 변할 수 있으며 차기 지도자가 대만 통일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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