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손쓸틈없이 깔려…구조대는 '레고'처럼 쌓인 시신 수습"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유대인 전통 축제 중 최소 44명이 숨진 압사 참사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지 매체 와이넷(Ynet)이 인터뷰한 참사 현장 생존자들은 어떤 이유로 운집한 일부 축제 참가자들이 넘어졌고, 이후 이동하려는 인파가 차례로 넘어지면서 미처 손을 쓸 시간도 없이 수백 명이 깔렸었다고 증언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아브레이미 니빈은 "참사는 '하시딕 톨도스 아론' 종파들이 축제장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시작됐다"고 전했다.
아브레이미는 "이동하는 인파 중에 앞줄에서 몇 명이 미끄러져 넘어졌고, 이어 뒤따르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 위에 깔리기 시작했다"면서 "(축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이날 축제 참가를 위해 이스라엘 북부 메론 지역을 찾은 아브레이미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신들 사이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울먹였다.
그는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사고로 훼손된 신체 부위를 수거했고, 경찰이 도착해 인파를 둘러싼 철제 '장벽'을 제거하고 나서야 압박이 풀렸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퍼진 당시 축제 영상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양 측면이 막힌 좁은 출구를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사고로 부상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차임 베르하임은 축제장 바닥이 미끄러워서 사람들이 미끄러지면서 참사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베르하임은 "바닥이 젖어 미끄러운 상태여서 걷는 것을 멈췄는데, 이를 모르는 다른 쪽 축제 참가자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연쇄적으로 사람이 깔렸다"고 전했다.
움직이는 인파에 깔려 정신을 잃었다가 목숨을 건진 그는 "숨을 거의 쉴 수 없었는데 뼈가 부러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면서 "구조대들은 '레고 블록'처럼 쌓인 시신들을 수습했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사고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고 현장의 유대인들은 전통 축제인 '라그바오메르'를 즐기기 위해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그바오메르는 2세기에 유대인 랍비 시몬 바 요차이가 사망한 것을 기리는 축제로, 초정통파 등 많은 유대인이 모여 모닥불을 피워놓는다.
당국은 메론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1만명이 모일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이스라엘 전역에서 650대의 버스 등을 타고 3만 명이 메론 지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진 상황에서 당국의 허가로 열린 이번 행사에 10만 명이 참가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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