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는 적용면제 옹호…무역대표부 대표도 지지 검토
"중·러가 백신기술 빼낼라…" 기업 보호론자들은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적용을 중단할지를 놓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우선시하면서도, 외국의 감염 상황이 계속 나쁘면 결국 미국에도 위험이 될 것임을 아는 당국자들에게 백신 지재권은 어려운 이슈"라고 분석했다.
최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이 사안과 관련해 보고했다고 익명 관계자들이 WP에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개발도상국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재권 적용 면제를 옹호했다고 한다.
타이 대표 역시 아직 정보를 모으고 있다면서도 지재권 일부 면제를 지지할지 검토 중이라고 주변에 알렸다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하지만 상무부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 일부 당국자는 경쟁국에 지적 재산을 건네주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이들은 또 백신 제조사가 늘어나면 희소한 백신 원료를 둘러싼 경쟁이 심해져 결국 현재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지재권을 보유한 업체들이 필요한 나라에 백신을 기부하는 게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해소하는 더 빠른 방안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백신 지재권 이슈는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이 부족해 선진국과 접종률 격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떠올랐다.
최근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와 관련한 지식재산권 규정 적용을 일시 면제해줄 것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안하며 국제적인 논의가 본격화했다.
WP는 제약업계가 백신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치권에 로비도 했다고 전했다.
제약업체들은 특히 지재권을 풀면 팬데믹이 끝난 이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백악관에 경고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은 미국민의 엄청난 세금으로 개발된 백신 기술을 알아내려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백악관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진보파는 정부가 부당하게 제약업계의 편을 들어준다고 주장하지만, 지재권 적용을 중단하면 당장 미국 내 백신 공급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WP에 "기업 재산 보호가 임무인 이들은 지재권 적용 면제에 반대하고,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수용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의원들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하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로사 드로로 의원은 지난달 백신 지재권 적용 중단을 옹호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끼친 피해를 되돌려 글로벌 공중보건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회복할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재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 싱크탱크 연설에서 "미국의 혁신과 경쟁력에 다시 투자해야 할 때인데, 이에 성공하려면 헌법을 토대로 만들어진 지재권 적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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