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의원 선거에 탈북민 2명 도전…서구권 첫 선출직 되나

입력 2021-05-03 06:45  

영국 구의원 선거에 탈북민 2명 도전…서구권 첫 선출직 되나
정계진출 첫 걸음…"출마만으로도 북한에는 충격일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오는 6일 치러지는 영국 지방선거에서 탈북민 박지현씨와 티모시 조씨 2명이 구의원직에 도전한다.
영국에서 탈북민이 선거에 후보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들이 당선이 된다면 서구에서 탈북민이 선출직에 오른 첫 사례가 된다고 ABC방송은 보도했다.
영국 보수당으로서는 이들을 후보로 낙점함으로써 난민 출신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특히 독재 국가인 북한에서 억압을 피해 탈출한 이들이 자유를 얻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까지 뛰어든 모습은 보수당의 가치를 알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들은 모두 맨체스터 지역에서 출마한다.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우세인 지역이지만 최근 보수당이 공을 들이고 있다.
설사 이번에 당선이 안되더라도 정계 진출 첫걸음을 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커 보인다. 이런 점에서 영국은 물론 미국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티모시 조(33) 후보는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버림받은 우리가 영국에서 출마한 것만으로도 북한에는 충격일 것"이라며 "바깥에선 재능을 살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로 퍼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지역에 한인은 없고 87%가 백인인데 내가 그들을 대표한다는 것은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적 꽃제비로 거리를 떠돌다가 2004년 탈출한 뒤 2008년 영국으로 건너와서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대학원에서 국제안보정치를 공부했다.
그는 영국 의회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 공동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의원 아래에서 선거운동을 경험한 적이 있고 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이 그룹에서 사무관(inquiry clerk)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영국 의회에서 한반도인으로선 처음으로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당시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부패가 생기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진출의 꿈을 내비치며 "그때쯤엔 북한에도 민주주의가 생기고 한반도에도 하나의 국회 혹은 영국 같은 연합 국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영국 내 북한인권운동가 박지현(52) 후보도 역시 이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후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출마가 "북한은 출신성분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이곳에선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만으로도 탈북민들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이며 당선이 되면 지역사회에 깊이 들어가면서 탈북자들도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 여성과 북한 아동의 인권 보호 등을 목표로 한 대북인권민간단체 '징검다리' 대표로서 국제엠네스티 영국지부가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박 후보는 탈북 과정에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경험이 있으며 2008년 영국에 정착했다.
그동안 영어 튜터로 일하면서 영국내 탈북민 지원 단체인 커넥트 북한의 매니저로서도 활동해왔다.
그는 앞으로 지역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과 독거 노인 등을 돌보고 기술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찾게 돕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영국 선출직에 한국계가 진출한 것은 2018년이 처음이다. 당시 한인회장 출신 하재성씨가 런던 남부 한인타운 지역에서, 어릴적 부모를 따라 건너온 권보라씨가 노동당 소속으로 런던 해머스미스 자치구에서 각각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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