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파문' 21일 만에 기자회견 열어 사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3년 회사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파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홍 회장은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을 물론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전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혔다.
홍 회장은 마지막으로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한번 믿어 주시고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 회장의 이번 사과와 사퇴 발표는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지 21일 만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세종시로부터 생산의 40%가량을 담당하는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도 사전 통보를 받았다.
1950년생인 홍 회장은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남양유업에서 이사로 시작해 부사장을 거쳐 1990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03년 회장 취임 이후 '맛있는 우유 GT',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 히트 상품을 내놨지만 이번에 불가리스 파문까지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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