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자료 분석하면 연휴에 인파 급증…긴급사태 연장 수순
야당 의원 "제정신인가…현실조차 보려고 하지 않는다" 비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이동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일 일본 내각홍보실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전날 총리공관 앞에서 취재진에게 긴급사태 선언의 효과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큰 목적 중 하나였던 사람들의 이동은 틀림없이 감소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수에 관한 질문에는 "오늘 숫자를 여러분 모두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구가 감소한 그런 효과는 나오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위치 정보 등을 토대로 한 분석 결과 등을 보면 스가 총리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최근 일본 연휴 때 긴급사태 발효 지역의 번화가에 인파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 무렵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역의 인파는 작년 5월 2∼5일 같은 시간대의 2.81배에 달했다.
비교 대상이 된 기간은 작년과 올해 모두 토요일∼수요일이고 연휴였다.
작년과 비교한 올해 인파 규모는 교토(京都)역 일대가 2.41배, 오사카(大阪)시 우메다(梅田)역 일대 2.7배,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 소재 산노미야(三ノ宮)역 일대 1.78배를 각각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주쿠역, 교토역, 우메다역의 경우 오후 8시 무렵에는 올해 인파 증가 폭이 더 커졌다. 신주쿠역의 경우 오후 8시 무렵 인파는 작년의 4.21배에 달했다.
스가 총리의 발언은 사실을 왜곡한다는 지적을 샀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중의원 의원은 "제정신일까. 자신의 잘못이나 실패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추악한 핑계를 대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와서는 현실조차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트위터로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 'wanpakuten'는 사람들의 이동이 줄었다는 스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스가 총리가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생각으로 이런 발언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긴급사태를 주축으로 한 방역 대책의 효과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데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영방송 TV아사히(朝日)에 평론가로 출연한 이시야마 안주(石山アンジュ) 씨는 "사람들의 이동을 줄이는 것은 수단일 뿐 결과가 아니다"라며 스가 총리의 발언이 논점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11일까지로 설정된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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