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섭취·기억력·낙상 사고·약 복용·음주와 흡연·우울감·불면증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안부를 물을 때는 일곱 가지 질문을 기억해야 한다.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여간해선 아픈 내색을 안 하시는 부모님의 건강을 살필 절호의 기회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의 도움으로 부모님의 영양 상태부터 정신 건강까지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정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직접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면 영상 통화로 질문해도 좋다.
◇ "삼시 세끼 잘 드시고 계신가요?"
식사를 잘하시느냐고 묻는 건 가벼운 안부처럼 들릴 수 있으나 부모님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식사량이 줄어들기 쉬우므로 다양한 영양소를 적정량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채소와 고기, 과일 등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영양 불균형과 영양 부족을 막는 첫 번째 단계이다. 유제품을 꾸준히 먹어 노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 중 하나인 칼슘을 잘 섭취해야 한다.
식사량이 급격히 줄었거나 입맛이 없다고 답하신다면 이유를 꼭 여쭤봐야 한다. 약해진 치아로 인해 씹거나 삼키는 게 어려운지 또는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약물로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으니 최근에 먹는 약이 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흔한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변비 또한 소화불량과 식욕 저하의 원인 중 하나이므로 확인해야 한다.
◇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게 많아지셨나요?"
치매는 부모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이다. 일부 어르신들은 암보다도 치매가 더 두렵고 부끄럽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기억력이 떨어져도 자존감이나 주변의 우려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매는 예방과 조기 진단이 최선이므로 병원에 가는 걸 망설여서는 안 된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달리 치매는 기억력 외에도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 능력 등이 점차 떨어진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흡연과 음주는 삼가는 게 좋다. 적절한 신체 활동과 두뇌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매일 30분씩 걷는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면서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것도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 "최근 넘어지신 적 있으세요?"
노년기 낙상 사고는 골절로 인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당장 골절로 신체 활동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회복된 후에도 넘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이나 운동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집에만 머무르고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건 또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낙상 사고를 예방하려면 평소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집안 환경도 정비해야 한다.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나 기타 장애물은 걷는 데 방해되지 않는 곳으로 치워둔다. 집안 조명은 너무 어둡지 않게 항상 적당한 밝기로 유지한다.
고혈압 약이나 신경안정제 등은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복용 후에는 평소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 "평소 약은 잘 챙겨 드세요?"
부모님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여러 가지 약을 먹는다면 약을 몇 가지나 복용하는지 제시간에 복용하는지 등을 질문해야 한다.
혹시 약을 더 많이 드시거나 덜 드시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신다면 복용 지침을 정확히 확인해 약봉지에 날짜를 적어놓거나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드리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당뇨약이나 고혈압약은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이므로 잊지 않도록 부모님께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 복용할 때는 반드시 1회 용량만을 복용하고, 복용 시간을 놓쳤더라도 용량을 늘리면 안 된다.
부모님 댁에 방문한다면 약상자를 한 번 살펴보고 복용하는 약을 파악하고 정리를 도와드리는 것도 좋다.
◇ "술이나 담배는 얼마나 자주 하세요?"
부모님께 금연을 권유하면 "평생 피운 담배인데 지금 와서 뭐가 달라지겠어"라며 탐탁지 않아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흡연은 혈액 순환을 막는 주요 원인이므로 되도록 금연하는 게 좋다. 특히 부모님이 자주 손발이 저리다고 말했다면 금연을 강력하게 권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주도 중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평상시 약을 먹는다면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주하는 게 좋다. 음주가 간 기능을 낮춰 약물의 대사와 해독을 방해할 수 있다.
◇ "슬프거나 우울한 적 있으세요?"
정신 건강은 신체 건강만큼 중요하다. 우울한 증상이 지속해 자칫 노인성 우울증으로 악화할 경우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예전과 비교해 불면증이 심해지고 별다른 이유 없이 통증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할 경우 노인성 우울증이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신문이나 TV를 봐도 재미가 없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진다는 등의 발언을 하신다면 부모님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우울한 증세가 보름 이상 지속할 경우에는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노인성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예후가 좋은 편이다. 이때 충분히 자고 햇볕을 쬐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돕고, 부모님과 충분히 대화하는 등 가족들의 지지도 중요하다.
◇ "평소 잠은 잘 주무세요?"
"잘 주무세요?"와 같은 질문은 부모님의 건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갑자기 수면의 질이 떨어졌거나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다면 몸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가 이른 새벽에 깨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자는 시간을 뒤로 조금 늦추는 걸 시도하는 것도 좋다.
부모님의 불면증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만성질환 등으로 복용하는 약이 많을 수 있으므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맞추는 게 좋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금물이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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