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 철군하며 안가져간 장비 완파해 고철로 팔아

입력 2021-05-11 15:50  

미군, 아프간 철군하며 안가져간 장비 완파해 고철로 팔아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도록 처리…민감장비는 가져가고 일부는 아프간군에
아프간인들 "미국이 우리 안믿어" 배신감 토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며 가져가지 않은 군용 장비를 낱낱이 파괴해 고철로 팔아넘기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비가 탈레반 등 반미 무장조직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군은 9월 11일 이전에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며 이달 1일 철군 작업을 시작했다.
미군이 어떤 장비를 가져가고 어떤 장비를 아프간에 남기고 버리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민감한 장비는 본국에 가져가고 헬기와 차량, 무기와 탄약은 아프간군에 이전하며 상태가 나빠서 수리하거나 아프간군에 넘기지 못할 장비는 가능한 한 완전히 파괴해 고철로 만들어 매각한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장비와 관련해 미군은 지난 4일 철군 작업이 2∼6% 완료됐다면서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60대분 장비가 아프간 밖으로 운송됐고 장비 1천300개를 파괴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C-17 수송기 제작사인 보잉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수송기(글로브마스터 Ⅲ)는 화물을 최대 74t까지 실을 수 있다.
미군은 이전부터 철군 시 불용장비를 파괴해 고철로 팔곤 했다.
미군은 2014년 나토군과 함께 한 차례 철군에 나섰을 때도 장비와 차량을 파괴해 17만6천t 이상 고철이 나왔고 이 고철값만 4천650만달러(약 520억원)에 달했다.
AP통신은 미군이 불용장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에 아프간인들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프간 내 미군 주둔기지 가운데 최대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거래하는 한 '사다트'라는 이름의 한 업자는 미군이 폐기한 장비로 아프간 전역 고철 야적장이 가득 찼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파괴된 것만 줬다"라고 말했다.
철군 작업에 관해 잘 아는 한 서방 관리는 "미군은 사용하진 않지만 온전한 장비를 (아프간에) 넘기면서 적군에 넘어갈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장비를 폐기하고 아프간인들의 분노를 사는 것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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