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미 기업 임원들 석방 등 잇단 화해 제스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겨냥해 잇따라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면서 양국 관계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수년간 더 적대적으로 변했던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가 조용히 재검토되고 있다"며 마두로 정부는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는 대(對)베네수엘라 제재 정책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자국에서 수감 중이던 미국 정유회사 시트고(Citgo)의 임원 6명을 석방해 가택연금 상태로 전환했다.
아울러 그동안 거부해온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선거관리위원 5명 중 2명을 야권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나 야권을 향한 화해의 손짓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들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로이터통신에 이러한 마두로 정권의 행동에 대해 미국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레고리 믹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를 두고 마두로 정권이 미 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기회의 창"을 연 것이라며, 미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정책엔 아직 큰 변화는 없다. 마두로 대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계속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잇따라 부과한 제재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면서 마두로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길 기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랜 경제 위기 속에서 미국의 제재로 돈줄이 꽉 막힌 마두로 정권은 하루빨리 제재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상황이다.
지난 2년여간의 경제 제재와 외교 압박으로도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베네수엘라 위기 악화를 지켜본 미국 정부로서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
마두로가 먼저 손짓을 하긴 했으나 양국이 실제로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선 더 많은 일들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말했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신시아 안슨은 블룸버그에 마두로 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중요한 걸음들"이라고 말하면서도 "협상에 있어 깊은 불신이 있다"며 양측이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가운데 과이도는 이날 마두로 정부에 베네수엘라 위기 해소를 위한 '국민 합의'를 제안했다.
트위터 영상을 통해 공개한 제안에는 미국의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일정을 잡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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