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뒤 주요 상품 관세 즉시 철폐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국과 이스라엘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국회 비준 등을 거쳐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부품 등을 무관세로 이스라엘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아미르 페렛츠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이스라엘 FTA에 정식 서명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한 아시아 최초의 국가다. 양국은 2016년 5월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6차례 공식협상을 거쳐 2019년 8월 최종 타결했다. 이후 서명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마치고 이번에 최종 서명했다.
유 본부장은 "한·이스라엘 FTA로 혁신 강국인 이스라엘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강한 제조업이 결합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간 FTA에 따라 한국은 전체 품목 가운데 95.2%에 해당하는 상품의 관세를, 이스라엘은 95.1%의 관세를 철폐한다.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이스라엘로부터 수입액 99.9%를,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액 100%에 해당하는 관세를 철폐한다.
특히 우리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관세율 7%) 및 부품(6∼12%), 섬유(6%), 화장품(12%)에 적용되던 관세가 즉시 사라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와 부품은 지난해 한국이 이스라엘에 수출한 금액 중 46.9%를 차지한다.
한국산 자동차는 2019년 기준 이스라엘의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15.2%)을 제치고 점유율 1위(17.6%)를 기록 중이다. FTA 발효로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이스라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스라엘 관심 품목이자 우리의 민감 품목인 자몽(30%, 7년 철폐)과 의료기기(8%, 최대 10년), 복합비료(6.5%, 5년) 등은 우리 시장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게 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다만 한국이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에 대한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전자응용기기 관세는 3년 이내 철폐하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전자응용기기는 지난해 이스라엘 수입액 가운데 각각 17.6%, 16.0%를 차지했다. 산업부는 "반도체·전자·통신 분야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도입해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 협정(GATS) 수준 이상의 개방을 약속했다.
또한 '(법인) 설립 전 투자'에 대해서도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등을 적용해 높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우리 주재원의 이스라엘 체류 기간이 최대 63개월로 제한돼 있었으나, 이스라엘 경제 기여도 등을 고려해 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이외에 양국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연구 인력 교류, 법·제도·지재권 정보 교류 등을 통해 항공, 보건·의약, 빅데이터, 재생에너지, 농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협력 증진을 도모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FTA는 기술협력 챕터를 도입한 한국 최초의 FTA로, 미래산업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과 기술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이스라엘 FTA는 국제연합(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점령한 지역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연내 발효를 목표로 남은 국내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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