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인플레 압력 지속 전망…시장은 긴축에 대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8% 각각 급등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전월 대비 상승률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각각 최대다.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물가 상승률이 숫자로 확인되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긴축으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조연주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 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나치게 낮았던 전년 국제유가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도 일시적 물가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스탠스 변화는 없다고 발언했다"며 "5월은 경제지표 기저효과가 가장 강한 시기로 일시적 쇼크에 따른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0.8%로 크게 높아져 전년 대비 물가 상승의 배경을 기저효과만으로 돌리기 어렵게 되었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유가, 식료품 등이 아닌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주거비 상승 폭 확대와 관련한 언론 보도 증가를 고려하면 5월 이후에도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대훈 SK증권[001510] 연구원도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 보인다"며 "반도체 부족 현상은 여전하며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진 점도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려고 노력하지만 시장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로 하며 긴축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며 "긴축 우려는 차익 실현에 더없이 좋은 이유이며 당분간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날 인플레이션 공포에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이어 불과 며칠 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국내 증시도 이날 오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신고가 랠리가 기대됐던 와중에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유탄에 맞았다"며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는 향후 지속해서 거론될 주제"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며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실질 금리는 하락했고 낮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이익 모멘텀은 국내 증시 하방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많은 시장 참여자가 연준의 조기 정책 정상화와 유동성 장세 조기 종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 가운데 주요국 지수 레벨이 고점 부근에 있는 만큼 이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었고 국내 증시 급락세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선반영한 점을 고려하면 오늘 지수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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