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카 눈' 통제 나섰다…테슬라 불리해지나

입력 2021-05-13 11:29  

중국 '스마트카 눈' 통제 나섰다…테슬라 불리해지나
규제안 공개…운전자 허가 때 1회 수집 허용·중국 밖 정보 이동 제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인 스마트카의 눈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3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전날 '자동차 데이터 안전에 관한 규정'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와 레이더, 녹음 장치 등 각종 감지 장비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차주, 운전자, 탑승자, 행인 등 개인의 신분을 추정할 수 있거나 이들의 행동에 관련된 모든 정보는 '개인 정보' 규정됐다.
또 군사 구역 등 민감한 지역의 사람과 차량의 유동 현황, 국가 공표 지도보다 정밀도가 높은 측량 데이터, 전기차 충전소 데이터, 도로 위의 교통량, 다른 차량의 번호판, 각종 음성, 주변 사람 얼굴 등은 '중요 데이터'로 분류된다.
초안은 자동차 제조사와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등이 이 같은 '개인 정보'와 '중요 정보'를 원칙적으로 개별 차량 운행 목적으로만 한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자동차 회사 등이 예외적 경우 개별 차주의 동의를 얻어 1회에 걸쳐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정보가 차량 밖으로 넘어갈 때는 반드시 익명화를 해야 하고, 익명화된 정보도 최소한의 한정된 목적에만 활용해야 한다.
'개인 정보'와 '중요 데이터'는 중국에서만 보관할 수 있다. 외국 회사가 이를 중국 바깥으로 가져가려면 중국 인터넷 감독 당국으로부터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고객 수가 10만명이 넘거나, 규모가 이에 미치지 않아도 '중요 데이터'를 취급하는 회사에는 매년 당국에 데이터 안전 관리 상황을 보고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최근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에 접근한 스마트카를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가운데 최근 시장에 나온 차량에는 광학 카메라, 레이저 빔을 물체에 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재 사물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라이다, 녹음기 등 다양한 상황 감지 장비가 달려 있다.


중국의 스마트카 규제 추진은 강력한 사회 통제를 선호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이번 스마트카 규제는 외형적으로는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 스마트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가능성이 커 보인다.
테슬라는 전 세계에 팔린 100만대가 넘는 전기차에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AI)에 투입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업계에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뛰어든 테슬라가 선점한 방대한 빅데이터가 이 회사의 미래를 위한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의 스마트카 규제가 실행되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주요 데이터를 획득하기가 어려워질뿐만 아니라 이를 미국 본사로 가져가 세계 다른 지역 데이터와 통합해 연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2020년 테슬라는 세계적으로 50만대의 차량을 팔았는데 이 중 30%는 중국 시장에서 팔릴 정도로 테슬라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 회사인 테슬라의 차량이 '움직이는 CCTV'가 되어 자국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국 정부가 테슬라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민감한 정보를 촬영해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군과 국영회사 임직원들의 테슬라 차량 이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미래 성장 동력인 중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중국의 환대를 받았지만 미중 신냉전이 가속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중국 당국과 테슬라의 밀월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브레이크 이상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해온 한 테슬라 차주가 지난달 상하이 모터쇼의 테슬라 전시 차량 위에 올라가는 기습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테슬라 비난 여론이 비등했고 이 사건의 여파로 4월 테슬라의 중국 판매량은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미묘한 태도 변화가 공교롭게도 테슬라가 독주하던 고급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경쟁에 뛰어든 시점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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