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무연고 사망…미 지자체들 처리문제로 곤혹

입력 2021-05-14 16:11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미 지자체들 처리문제로 곤혹
코로나로 사망자 늘고 경제난에 시신 인수 포기 늘어
무연고자 장례비 예산 바닥나 검시소에 시신 쌓이기도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미국 조지아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사태 이래 무연고 시신이 급속히 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사망자 수 자체가 늘 뿐만 아니라 실직 등 경제난으로 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련 예산이 이미 바닥났고, 검시소에는 무연고 시신이 쌓이고 있다.
13일 현지 언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조지아주 베이커 카운티에서는 며칠 간격으로 한 가족 3명이 사망하면서 남은 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3명의 장례를 한꺼번에 치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헨리 카운티 검시소는 최근 가족 없이 병원에 방치된 무연고자 시신 2구를 인수했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클리프턴 도킨스 목사는 지난해 극빈자 및 무연고자 456명의 장례 예배를 집전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 무연고자 장례는 매년 100건에서 150건 정도에 머물렀다.
로운즈 카운티 검시관인 오스틴 파이비시는 지난해 11월부터 무연고자 장례를 매주 1~2건씩 치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에 수 건에 그쳤다.
베이커 카운티에서 검시소 겸 장의사를 운영하는 앨빈 로프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5~6건의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는 매주 25건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심지어 며칠 간격으로 어머니와 아들 등 가족 3명의 장례식이 열린 사례도 있었다.
로프틴은 "대다수 유가족은 고인을 위해 정중한 장례를 치르고 싶어하지만, 문제는 이들도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은 일단 외상으로 장례를 치르고 나중에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장례비 상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한 이유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며칠 간격으로 여러 명의 가족이 사망하면 남은 가족이 장례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남은 가족들도 투병 또는 실직으로 인해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유가족들이 저축한 돈을 사망자의 병원비로 다 써버려 장례를 치를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 검시관은 밝혔다.
뱅크스 카운티 검사관이자 조지아 검시관연합 회장인 마크 새비지는 "돈이 없으니 (시신을) 마음대로 처리해달라는 유가족들을 보게 된다"며 "그들도 오죽하면 시신을 포기하겠는가. 충격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사인이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코로나19는 무연고 시신 증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파이비시 검시관은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남은 가족이 코로나19로 실직해 가정에 여유가 없는 사례가 있다"며 "이 경우 가족은 장례비가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최근 메이컨-빕 카운티 검시소에는 무연고 시신이 쌓이고 있다. 카운티 정부에 배정된 무연고 사망자 장례 예산을 이미 소진했기 때문이다.
레옹 존스 검시관은 지난 4월 카운티 당국에 추가 예산과 인원 보충을 요청했다. 당국은 예산 10만 달러를 추가 배정했으나, 이 역시 올해가 가기 전에 모두 소진될 것 같다고 비질 왓킨스 카운티 커미셔너는 덧붙였다.
higher250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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