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연료비 인상 제때 반영 못 해 2분기에는 적자 전망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올 하반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연료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료 가격 상승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한전 실적에 부담을 주고,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 달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한전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3분기 전기요금은 3∼5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된다. 국제 연료 가격은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연료비에 반영되는 만큼, 올해 연료 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전망이다.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연료 비중을 보면 지난해 기준 석탄 35.6%, 원전 29.0%, 액화천연가스(LNG) 26.4% 등의 순인데, 이 가운데 석탄 가격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용 연료탄은 지난해 11월 톤(t) 당 60달러 안팎에서 머물다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이달 7일에는 95.28달러를 기록했다. 연초보다 14.50달러(18%) 올랐다.
LNG 가격 등과 시차를 두고 연동하는 국제유가(두바이유)도 올해 1분기 배럴당 평균 60달러로, 전분기보다 15달러 올랐다.
그러나 3분기에 전기요금이 조정될지는 미지수다. 한전은 전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연료비 조정 가격은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kWh당 2.8원 올렸어야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데다 공공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고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1분기 수준으로 묶어놨다.
최근에도 원자잿값 급등과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라 3년 8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하반기부터는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한전의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전은 1분기에 5천716억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분기에는 악화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가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이용해 증권업계의 2분기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증권사가 한전이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 폭은 최대 2조861억원부터 3천609억원까지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조정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당장은 전기를 싸게 이용할 수 있지만, 결국 한전의 적자로 귀결돼 전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2개 분기 연속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가 무산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연제 박사도 "인위적인 가격 억제책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고,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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