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에 낚이고 사무실 폭격까지…이-팔 충돌 취재 외신 수난

입력 2021-05-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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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에 낚이고 사무실 폭격까지…이-팔 충돌 취재 외신 수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취재하는 외신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하마스의 지하 시설을 찾아내 파괴하려던 이스라엘군의 교묘한 정보전에 휘말리는가 하면 가자지구에서는 외신들이 입주한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무너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1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군은 전날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 시티에 있는 12층 규모의 잘라 타워를 폭격했다.
폭격의 충격으로 무너진 이 건물에는 미국에 본부를 둔 뉴스통신사 AP와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를 비롯해 다수의 언론사 현지 사무소가 입주해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사전에 폭격 계획을 알린 점을 고려하면 외신 취재진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외신이 오랜 기간 입주한 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폭격을 가한 이스라엘군의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군 자산이 있는 곳"이라며 "하마스 테러 조직은 이 건물에 입주한 민간 미디어 기관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히다이 질베르만 준장은 16일 "그 건물에는 하마스의 연구개발 조직과 군 정보조직, 무장 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사무실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AP 측이 요구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현지 민간인 피해 상황 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외신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하마스가 쏜 2천300발의 로켓포탄 가운데 90% 이상을 아이언 돔 미사일로 요격하고, 동시에 최대 160기의 전투기와 야포 등을 동원해 몇 배의 보복을 가했다.


무력 충돌 7일째인 16일까지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149명으로 이스라엘(10명)의 15배에 달하는 점만 봐도 양측의 '비대칭 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충돌이 명백하게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는 미국 등 서방이 인정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에 상당한 흠집을 내는 요인이 분명하다.




게리 프루잇 AP 통신 사장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AP와 다른 언론사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파괴했다는 것에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면서 "전 세계는 이번 일로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적게 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신들은 또 이스라엘군의 교묘한 정보전에도 말려들어 곤욕을 치렀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공군과 지상군이 현재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이스라엘 측의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외신들은 이 메시지를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으로 해석해 속보를 쏟아냈다.
또 외신 보도 이후 하마스와 지하드 조직은 경계를 넘어 침투하는 이스라엘군의 탱크와 자주포, 병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 시설에 숨겨뒀던 대전차 미사일 부대와 박격포 부대 등 '제1방어선' 역할을 할 전력을 움직였다.
하마스의 움직임을 통해 지하 시설의 위치를 포착한 이스라엘군은 160대의 전투기를 띄워 초토화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지구 경계에서 포격만 가했을 뿐 실제로 가자지구로 진입하지는 않았다.
결국 외신들이 이스라엘의 정보전에 휘말린 셈이 됐고, 애매한 정보를 흘린 이스라엘군은 논란 속에 신뢰를 잃게 됐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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