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제도 폐지·혜택 대폭 축소"…사업자들 "정책 실패 책임 떠넘기지 마라"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작년 7·10 대책에서 일부 등록임대 주택 유형을 폐지한 이후 지난달까지 자동말소 대상 주택이 50만호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등록임대 자동말소 대상 주택은 지난달까지 총 50만708호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 중 아파트 매입 임대 유형을 폐지한다고 발표하고 8월 18일 이 내용을 반영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시행했다.
법 시행과 동시에 한꺼번에 자동말소가 몰리면서 작년 8월 말 기준으로 이미 40만3천945호가 자동말소 대상이 됐는데, 매달 꾸준히 물량이 추가되면서 지난달 50만호를 넘긴 것이다.
50만708호 중 아파트는 11만6천48호, 빌라 등 비아파트는 38만4천660호다.
수도권은 총 29만3천233호(58.6%)로, 서울은 15만3천941호, 경기도는 11만6천617호, 인천은 2만2천675호다.
이들 주택이 모두 현재 등록이 말소된 것은 아니다. 지자체 처리 결과에 따라 실제 말소실적은 이와 다를 수 있다.
7·10 대책에서 등록임대에 대한 세제 등 혜택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사업자의 자진말소도 적잖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자진말소된 등록임대는 총 2만2천825호다. 아파트는 9천467호, 비아파트는 1만3천358호다.
수도권 물량은 서울 4천633호를 포함한 1만455호(45.8%)로 파악됐다.
정부가 7·10 대책에서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고 일부 유형을 폐지한 것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집값 변동률 등을 보면 주택시장에 늘어난 물량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6월 기준으로 등록임대는 전국 160만6천686호로 서울이 51만6천450호로 가장 많고 경기 49만6천548호, 부산 14만4천889호, 인천 6만115호 등 순이었다.
정부는 7·10대책 이후 통계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이후 통계는 파악되지 않는다.
정부 기조가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것이어서 신규 등록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면 등록임대는 100만호 남짓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여당은 4·7 재보선 참패 이후 등록임대 제도를 주택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제도 폐지나 혜택의 대폭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등록임대에 대해 세제 등 혜택을 줬더니 다주택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작년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일반 임대주택에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적용되다 보니 등록임대에 혜택을 더 주는 것이 마땅찮았던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제도개선특위가 구성돼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당 내부에선 등록임대 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등록임대의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등록임대는 무엇보다 행정적인 규제가 가능한 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일반 임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 임대에서 전월세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는 민법으로 의율해야 하고 당사자간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등록임대는 행정규제가 가능하기에 임대인이 '룰'을 어기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세입자 입장에선 훨씬 안전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제도 폐지 등 주장에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하면 민간 임대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등록임대에 공적의무를 부여하고 있기에 임차인은 한 주택에 장기 거주할 수 있고 임대인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책의 정책 일관성 부족에 대한 비판과 반발도 나온다.
정부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장려책을 내세우면서 임대 등록을 촉구하더니 이내 말을 바꾸고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등 임대사업자들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에 등 떠밀려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더니 부동산 정책 실패를 우리에게 전가해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호도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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