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환경 기술 강점 내세워 자국 조선산업에 '호재' 예상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해외를 다니는 외항선의 연비 성능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제도가 2023년부터 시행된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달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제76차 총회를 열어 외항선 연비 성능 평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박 대기오염 방지 규칙'(MARPOL Annex VI) 개정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컨테이너선, 유조선, 크루즈선 등 대형 외항선에 적용되는 이 제도는 매년 한 차례씩 해당 선박 소유자와 운항사가 선적을 두고 있는 나라의 정부에 운항거리, 선박중량, 연료소비량 등의 연비 관련 데이터를 제출해 등급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등급이 가장 높은 A부터 가장 낮은 E까지 5단계(A~E)로 나뉜 평가에서 'E'를 받거나 3회 연속으로 'D' 등급이 나오면 소유자는 선적을 둔 해당국 정부에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연비를 개선하는 장치를 추가하거나 항해 속도를 낮추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연비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에는 운항할 수 없게 된다.
IMO는 203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40%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4년 이후 발주된 선박에는 설계부터 단계별로 저감 목표치를 정해 놓은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규제를 적용 중이다.
기존선박연비지수(EEXI)로 불리는 연비 성능 등급제는 EEDI가 적용되지 않는 2014년 이전 발주 선박을 대상으로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일본이 연비가 나쁜 선박 퇴출을 촉진해 환경친화적인 신조선 시장을 키우기 위해 한국, 중국, 독일 등과 함께 19개국 공동으로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 이 제도를 제안했다며 친환경 기술에서 강점을 지닌 일본 조선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올 4월 한국(3천158척), 중국(2천668척), 일본(2천349척)에서 건조된 총 8천175척을 새 제도에 맞춰 5단계로 평가해 보니 연비가 좋은 A, B급이 한국은 34%, 중국은 36%를 차지했으나 일본 선박은 55%에 달했다고 한다.
반면에 연비 개선 대상이 되는 D, E급은 한국 36%, 중국 33%, 일본 17% 순으로 조사됐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일본 점유율은 1980년대에 약 50%에 달했지만 작년 기준으로는 한국(31%), 중국(40%)에 크게 뒤지는 22%를 기록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