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조 투자 한국 반도체 전략…유럽 "발등에 불 떨어졌다"

입력 2021-05-19 19:12  

510조 투자 한국 반도체 전략…유럽 "발등에 불 떨어졌다"
유럽 67.5조 투자 2030년 전세계 반도체 20% 생산 목표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우리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2030년까지 51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K-반도체 전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유럽이 더욱 큰 압박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과 비교해 이미 반도체산업의 강력한 중심지인 한국이 메모리칩 생산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프로세서 등 다른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돌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U가 반도체연합을 결성해 2030년까지 역내 반도체 생산을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한국의 야심찬 계획은 EU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뒤처진 유럽, 반도체 자립 위해 연합체 만든다
19일(현지시간) 독일 디벨트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유럽은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 등에 반도체 공급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럽은 반도체 산업의 아시아 등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반도체 연합 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유럽이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에서 소비하는 비중과도 일치한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EU 소속 19개국은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반도체산업을 위해 최대 67조5천억원(약 500억 유로)의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각국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20∼40%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럽내 반도체산업을 보존하고, 유럽내에서 독립적으로 다른 산업에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참여한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유럽 반도체산업의 투자액은 최대 약 500억 유로(약 67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유럽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한 해 매출액을 넘어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요아힘 호퍼 한델스블라트 반도체산업 담당 기자는 최근 쓴 자사 칼럼에서 "반도체칩 산업에서 기업들뿐만 아니라 경제대국들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에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하기로 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에 거센 압박을 가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야심찬 계획은 EU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라면서 "EU 집행위에서 지난 몇 달간 논의했던 반도체칩 산업 추격계획을 지체 없이 바로 시작해야 한다. 회원국들은 한국처럼 구체적인 하나의 계획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럽 반도체 제조기술 15년 뒤처져…칩 디자인에 방점 둬야"
문제는 유럽의 반도체 제조기술이 대만에 15년 이상 뒤처졌을 정도로 반도체 칩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의 도움 없이는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를 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독일 ARD방송은 전했다.
유럽내 반도체 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를 만나 어떤 조건으로 인텔이 유럽의 반도체 연합에 참여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
인텔은 유럽에 반도체칩 공장 1곳을 건설하는데 80억 유로(약 11조원)를 요구했다고 프랑스언론은 보도했다. 이는 전체 공장 건설 비용 200억 유로(약 27조5천억원)의 40%에 해당한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나 한국의 삼성은 유럽 반도체 연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ARD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산업 전문가인 새책임재단 얀페터 클라인하우스는 독일라디오방송에 "유럽은 반도체 제조기술에서 대만에 15년 뒤처지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가 핵심 논제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부가가치가 큰 칩 디자인에서 의미 있는 주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퍼 한델스블라트 반도체산업 담당 기자는 "EU는 칩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반도체 대기업, 대규모 공장, 연구원 등 모든 게 부족하다"면서 "계속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EU도 한국처럼 반도체 산업 중 어느 분야에서 역량을 중점적으로 강화해나갈지 결정하고, 새로운 공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련 연구에 세제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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