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전체 인구 80%가 중국 백신 접종
홍콩매체 "미 의회 자문단에 우려 전달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백신외교'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미국의 앞마당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경보음이 미국 내에서 나왔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의회 산하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는 전날 이같은 전문가들의 우려가 전달됐다.
미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SSI)의 에반 엘리스 교수는 USCC에 미국은 이웃국가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중남미에 고품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해야 하며, 동시에 다른 외교적·경제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이어 백신 지원으로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중국산 백신의 효능이 미국산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미국이 중남미에 대한 백신 지원을 개시하면 다시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칠레의 경우 인구의 80%가 중국산 백신을 접종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고 있고 비슷한 상황이 콜롬비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이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6억5천100만 회분의 백신을 수출했고, 1천830만 회분의 백신을 무상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 행보에 놀란 미국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8천만 회분의 백신을 6월 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대학의 신시아 왓슨 교수는 백신외교는 중국이 팬데믹 기간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정책을 통해 중남미와의 관계를 솜씨 좋게 강화한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전통적으로 중남미와의 외교에서 조약 체결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규모 정책을 애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왓슨 교수는 "지금은 주요 업체들로부터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많은 시기"라며 "미국은 중국의 행보를 대체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그런 나라들에 미국이 인도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중남미에 확대되면서 현지 정부 관리들의 부패와 중국 문제에 대한 언론의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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