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전날 밤 기시다 외무상에 "정말 괜찮겠냐" 재확인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총리관저에 대량의 항의 메일이 온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아베 장기 정권을 해부한 시리즈 기사에서 위안부 합의 당일 아베 전 총리는 불만스러운 모습이었다고 총리관저 간부의 증언을 인용해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관저에 항의 메일이 대량으로 왔다. 관저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위안부 합의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합의 발표 나흘 전인 12월 24일 아베는 기시다 외무상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 등과 총리관저에서 만났다.
아베는 위안부 문제에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이라고 기술된 합의안에 난색을 보였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기시다가 "여기서 정리해야 한다. 지금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한일관계는 표류한다"며 설득했다.
이에 아베는 "알았다. 기시다 씨가 말한 대로다"며 '고'(GO) 사인을 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해 위안부 합의에 신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아베의 등을 떠민 인물이 기시다와 야치였다.
외무상에 이어 자민당 정조회장을 역임하고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나섰던 기시다는 "미래를 생각하면 어디선가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베는 합의 발표 전날 밤에도 기시다에게 연락해 "정말로 진행해도 괜찮겠냐"고 재확인했을 정도였다.
한편,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2013년 여름부터 주일 한국대사로 근무했던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교류가 있어 위안부 합의를 위한 한일 협상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 조선인 노동자 징용 현장이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의 세계유산등록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할 무렵부터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당시 총리관저 관계자를 인용해 아사히는 전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 검증 작업에 착수하자, 당시 스가 관방장관은 "1㎜라도 합의를 움직일 생각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사히는 "스가 총리의 대한(對韓) 강경 자세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견해가 강하다"고 진단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