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하다' 지적에 철회…"오해 부르는 표현 있었다면 죄송"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한 보건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과 식사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놓아 물의를 빚었다.
23일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이타코(潮來)시 보건소는 관내 농가를 대상으로 작성한 코로나19 대책 문서에서 "외국인과 함께 식사하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기재했다.
이 문서는 외국인이 일하는 농가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며 "외국인으로부터 감염 가능성이 의심되는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세요" 등의 내용도 담고 있었다고 NHK는 전했다.
보건소는 이 문서를 지난 19일∼20일 인근 농협이나 시청에 이메일과 팩스 등으로 발송했다.
코로나19가 외국인이나 내국인을 구분해 확산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보건소의 문서가 방역 대책으로는 적절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사실상 차단했고 농촌의 외국인 대부분이 확산 이전부터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문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문서 내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바라키현 감염증대책과와 이타코 보건소는 "문서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소 측은 "외국인을 차별할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오해를 부르는 표현이 있었다면 죄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NHK는 전했다.
자신이 간호사라고 밝힌 트위터 이용자 'getaralia'는 보건소의 반응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고 오해한 쪽이 나쁘다며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 스기타 쇼헤이(杉田昌平)는 "외국인이라고 명시해 차별을 조장할지 모르는 표현을 하는 것은 헌법 14조 '법 아래 평등'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인과 외국인을 나눠 표현한 것은 외국인만 감염이 확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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