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벨라루스 두둔…"성급한 평가안돼"

입력 2021-05-24 22:37  

러,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벨라루스 두둔…"성급한 평가안돼"
라브로프 외무장관 강조…"벨라루스 당국, 국제규범 틀 내에서 행동"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동맹국인 이웃 벨라루스 당국의 외국 민간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과 관련, 벨라루스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사건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과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의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평가를 성급하게 내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흥분해서 성급하게 상황을 평가하지 말고 모든 확보된 정보에 근거해서 평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벨라루스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투명하게 행동하고 모든 국제 규범을 따르며 필요할 경우 국제전문가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함해 충분한 투명성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이성적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벨라루스는 자국 항공 당국이 국제규범의 틀 내에서 행동했음을 확인할 모든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상기시켰다.
라브로프는 이어 기존에 발생한 서방 진영에서의 여객기 강제 착륙 사례를 들면서 벨라루스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지난 2013년 미국의 요청으로 오스트리아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켰고, 2016년엔 자국에 적대적인 아르메니아인 탑승객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요구로 벨라루스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강제 착륙 당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모랄레스 대통령의 전용기는 미 정보당국의 기밀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미 정보요원 에드둬드 스노든을 몰래 태웠다는 의혹을 받아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 비상착륙 해 14시간 동안 수색을 받은 바 있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도 벨라루스 당국의 여객기 강제 착륙을 비판하는 서방을 향해 오스트리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의 항공기 강제착륙 사건에 모두 충격을 받든지, 아니면 벨라루스의 유사한 조치에 대해 충격을 받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23일 폴란드에 머물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이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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