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자전거 3억여대…경쟁 과열에 정리해도 '자전거 홍수'
이용료 저렴·운동효과에 인기…'버려지고 부실 관리' 부작용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이동 편의를 위한 자전거 때문에 이동하기 불편하다'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즐비하게 널부러져 있는 자전거들로 인한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한인 최대 거주지인 왕징(望京)의 푸퉁역에는 출퇴근 시간엔 수천 대가 끝도 없이 줄지어 늘어져 있는 장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들이 인도까지 점령해 사람들이 지하철역에 진입하려면 자전거들 속에서 한 사람이 지날까 말까 한 좁은 공간을 비집고 몸싸움을 해야 할 지경이다.
자전거가 거대한 장벽을 이뤄 택시 등을 타기 위해 인도 밖으로 나기도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공유 경제'를 강조하면서 등장했던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공유 자전거'였으나 이제는 곳곳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 신생 기업이었던 오포(ofo)는 2014년 창업 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6개국 180개 도시에서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중국의 공유 경제 시장을 이끌었다.
공유 자전거는 위치정보 시스템(GPS)으로 연결돼 이용 거리만큼 사용자가 지불하고 업체는 이용자가 세워둔 자전거를 수거해 자주 이용하는 지역에 재배치해 수익을 내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2019년 오포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이용자 1천만 명의 보증금을 떼어먹어 큰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넘쳐나며 100여 개 사가 과당 경쟁을 벌이자 결국 중국 정부가 개입해 메이퇀, 즈푸, 디디 등으로 정리했으나 여전히 곳곳에 자전거가 넘쳐난다.
지난해 공유 자전거 이용 등록 회원 수는 3억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거의 모든 지역이 평지인 인구 2천200만 명의 베이징에서는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집을 나서면 어디에나 공유 자전거가 놓여있어 휴대전화로 QR코드만 스캔하면 자전거 잠금장치가 열리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편하게 탈 수 있다.
이용 가격 또한 매력적이다. 1주일 마음껏 타는데 10위안, 30일에 10번 타면 6.8위안 등 다양한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운동 열풍이 불면서 공유 자전거로 수십㎞를 오가는 출·퇴근자까지 생겼다.
문제는 공유 자전거가 넘쳐나다 보니 사람들이 환승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에 자전거를 던져 놓고 가거나 심지어 강이나 가판대 등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수천 대가 역 주변에 쌓이면서 공유 자전거를 정리하는 트럭이 와도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본인 소유가 아니다 보니 쉽게 파손되고 지저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공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유 자전거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에는 공유 자전거를 아무 곳에나 놓지 못하고 지정된 장소에 놓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베이징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무 곳에나 방치돼있는 흉물스러운 공유 자전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순식간에 수백 대, 수천 대가 쌓이는 공유 자전거를 보면서 중국인들도 '많아도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인다.
중국 인민대 학생인 류모 씨는 "평소 등교하려고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어떨 때는 자전거가 너무 많이 쌓여있어 지하철역 수백m 앞에 세워놓고 걸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중국 공유 산업계에서는 싼 요금 때문에 관리되지 않은 헌 자전거가 거리에 방치됐다면서 가격을 조금 올리더라도 더 좋은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당국에 건의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인 뤄차오는 "가격 인상만으로는 이익을 내는 데 충분하지 않다"면서 "효율적인 운영과 자전거 수명 연장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니고 감독 부문의 지원과 이용자의 의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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