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중국 해외 군사기지 건설 가능성 등 예의 주시
WSJ "230억 달러 규모 미국산 무기 수출 거래에 암운"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의 걸프 지역 주요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중국과 눈에 띄게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산 무기의 UAE 수출도 불투명해질 조짐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화물기 두 대가 UAE 공항에 착륙한 뒤 미확인 군수물자가 담긴 상자들을 내리는 장면이 미 정보기관에 포착됐다.
가뜩이나 미국 측이 UAE와 중국 간 안보 협력 관계가 태동하는 여러 다른 징후를 감지한 와중이어서 이 장면은 미국 측 관리들을 매우 놀라게 했다고 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임기 말 UAE에 F-35 전투기 50대, 리퍼 무인기 18대 등을 포함한 230억 달러(약 25조7천8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UAE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인 지난해 9월 이슬람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고 그 대가로 F-35를 포함한 미국산 첨단 무기를 도입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를 반대했지만 이스라엘군의 레이더에 UAE의 F-35 전투기가 탐지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이를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지난 4월 전임 정부가 추진한 이 무기 거래 내용을 검토해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미 관리들은 UAE와 중국 간 관계 확대 징후가 이러한 무기 거래 계약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다고 말한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측은 그동안 중국이 해외에 군사 기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UAE를 기지 건설의 유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검토하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왔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군사 열망'을 주제로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서도 UAE에 대해 "중국이 해외 군사 물류 시설 건설을 이미 검토하고 계획 중인,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국방 관리들도 중국이 UAE에 해군 기지 건설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정보기관 보고서도 중국이 UAE에 수백명의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 내의 이런 우려와 관련, 바이든 정부는 UAE에 대한 무기 판매 계획은 그대로 추진하되 양국 간 세부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 때 승인된 양국 간 계약 조건이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UAE의 일반적 견해는, 외국 정부에서 군사 장비를 사들였으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사용할지는 그들에게 달린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은 UAE에 세 가지 요구, 즉 역내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가 유지되도록 하고, 중국 등 제3의 국가가 F-35와 무인기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며, 예멘과 리비아에서는 무기 사용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요구를 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WSJ에 미국은 '만약 UAE가 중국에 군사 기지 건설을 허용한다면 미국과의 무기 계약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근동 지역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솅커도 "미국 무기의 크라운주얼(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F-35 전투기 인도는 UAE가 미국과 맺은 일부일처제 관계를 어느 정도 암시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인도를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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