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스 전 최고 수석보좌관 "영국 정부 '재난' 대응에 실패…사과"
"작년 2월말에도 비상분위기 없었어… 2월중순 핵심인사들 스키타러 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가볍게 본 탓에 정부가 대응에 실패했다고 존슨 총리의 전 최측근이 폭로했다.
도미닉 커밍스 전 최고 수석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의회에 코로나19 대응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에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기준에 "비참하게 미달했다"며 사과했다.
그는 "우리가 국민에게 가장 필요할 때 정부는 실패했다"며 "영국을 포함한 서구 국가들이 작년 1월에 경보가 울릴 때까지 연기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코로나19 공식 사망자가 약 12만8천명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많다.
그는 영국 정부의 비밀주의, 관료주의와 언론의 검증 미비를 문제로 비판했다. 또 정부가 초기에 아시아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존슨 총리가 코로나19를 새로운 신종플루라고 여기고 우려가 과장됐다고 봤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TV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에 주사로 주입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기를 원했다고 커밍스 전 보좌관은 말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은 존슨 총리가 이런 얘기만 할 것이라서 긴급 대응회의를 주재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정부가 작년 초 사태 심각성을 얼마나 늦게 깨달았는지를 얘기하면서 1월 초반에 총리에게 보고가 됐는데 2월 말까지도 최우선 과제로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총리실은 2월 마지막 주까지도 비상 상황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전시 체계로 운영되지 않았으며 2월 중순에는 핵심 인사들이 말 그대로 스키를 타러 갔다고 말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지난해 말 내부 권력다툼에서 밀려나며 사임한 뒤 존슨 총리를 저격해왔다.
이날 존슨 총리의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데이터와 최신 증거에 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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