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요구 120건에 달해…탄핵 찬성 여론 압박도 작용한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하원의장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추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하원에 제출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나 우리는 경제 상황을 신속하게 재정비하면서 브라질의 미래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탄핵 요구서에 대한 입장을 최대한 빨리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탄핵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면서 "탄핵은 하원의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중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리라 의장은 그동안 탄핵 추진 여건이 되지 않는다거나 탄핵 요구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단을 미뤄왔다.
리라 의장이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여론도 탄핵 찬성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하원에 접수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12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6건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 처리됐고 나머지 114건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브라질에서 탄핵 요구가 가장 많았던 것은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68건) 때지만, 이는 2011년 1월 취임 이래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날 때까지 집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올해로 집권 3년 차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탄핵 요구가 호세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최근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찬성 49%·반대 46%로 나왔다.
2019년 초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다타폴랴 조사에서 대통령 탄핵 찬성이 우세하게 나온 것은 처음이다.
브라질에서는 1950년 헌법에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조항이 포함된 이후 지금까지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 두 차례 탄핵이 이뤄졌다.
같은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4%·부정적 45%·보통 30%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래 긍정적 평가는 가장 낮고, 부정적 평가는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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