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상당기간'은 '6개월'로 해석…"당분간은 상당기간보다 짧은 기간"
해외IB, 속속 "연내 한은 금리 인상 예상"…국고채 금리 하루새 3bp이상 올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통화정책 정상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구체적 실행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내 인상은 경제 여건에 달려있다"는 언급에 대해 국내 증권사 등은 대체로 "의례적 수사(修辭)일 뿐 연내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지만,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표현 등을 근거로 실제 인상 시점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가까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상당수는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고, 채권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먼저 움직이면서 국고채 금리도 벌써 들썩이고 있다.
◇ "당분간 통화완화 기조"…"당분간은 상당기간보다 짧은 기간"
이주열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국내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험선호 성향의 확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보다 유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분간이 어느 정도 시간을 말하는지 묻자 이 총재는 "당분간이라는 표현이 '가까운 장래', 글쎄 저도…사실상 어느 정도의 개념은 있습니다만 이게 혹시 조정의 시기를 미리 못 박는 것 같아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지만, 코로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건데, 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분간'은 그런 내용과 같이 놓고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은 '표현하기가 어렵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개념은 있다'는 부분이다.
한은이 금통위 회의 후 발표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나 관련 총재의 간담회 발언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의도적으로 선택된 표현이다.
금융시장이 모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와 고심 끝에 고른 단어를 통해 특정 방향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권이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정문의 표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을 주시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한은의 복수 관계자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등에서 시계 범위를 표현하는데 통상적으로 '상당 기간', '당분간'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며 "물론 '이 표현은 딱 몇개월'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은 '상당 기간'보다는 짧은 기간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 연준의 '상당기간'은 '약 6개월'…연내 금리인상에 무게
미국의 경우 지난 2014년 3월 재닛 옐런(현 재무부장관) 당시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직후 성명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여러 요인을 평가할 때 현 추세로라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고서도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번 우리나라 금통위와 마찬가지로 '상당 기간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나'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옐런 의장은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6개월 정도"라고 답했다. 이후 시장은 연준의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을 약 6개월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한은 내부에서 '당분간'이 '상당 기간' 보다 짧은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 금통위가 앞으로 6개월 안에,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총재가 이례적으로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연내 금리 인상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총재는 "사실상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국내 여건에 맞춰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게 맞다. 연준이 완화 기조를 유지한 상황에서 우리가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오히려 우리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은의 입장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대체로 미국이 일러야 내년 하반기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이후에야 한은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 JP모건·골드만삭스 등 해외IB '연내 인상' 전망…국고채 금리도 3bp이상 뛰어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런 한은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견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가운데 JP모건,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씨티, 노무라 등이 보고서 등에서 한은 금통위의 연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JP모건의 경우 지난 27일 한은 금통위 회의 직후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상향,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의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주장)적 어조 등을 통해 예전보다 매파적 정책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올해 3분기 금통위에 매파적 소수 의견이 등장하고 4분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번째 금리 인상은 앞서 예상한 내년 3분기보다 늦은 4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 이후 채권 금리도 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앞날보다 3.8bp(1bp=0.01%포인트)나 오른 연 1.162%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5년물, 2년물도 각 2.1bp, 3.5bp, 3.2bp 뛰어 연 2.132%, 연 1.673%, 연 0.957%에 이르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통위 이후 주로 외국인의 채권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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