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입자만 적용…혜택 축소돼 갈아타기 수요 크지 않을듯
"근본대책 없이 보험료만 올리나…비급여 진료 관리가 핵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앞으로 도수치료나 영양주사 같은 비(非)필수 진료 이용이 많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더 내게끔 제도가 바뀌지만 3천500만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당장 기대하기 힘들다.
30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4세대' 실손보험 표준약관(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은 7월부터 적용되고, 그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은 3년 후에 시작된다.
보험료 할인·할증과 본임 부담률 상향으로 기대하는 과잉 이용 억제 효과는 신규 가입자에게만, 3년 후에나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그에 이어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가 대거 새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는 한 전체 실손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는 2천800만명이나 된다.
기존 가입자는 본인 부담이 커지고 이용량 통제가 생겨 혜택이 줄어드는 4세대 실손으로 전환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현재 보험금 지급 추이로 볼 때 갱신이 도래한 1·2세대 가입자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폭탄' 수준의 고지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2세대 상품의 보험료가 8.2∼23.9%나 올랐는데도 1분기 실손보험 손실이 8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보험료 인상은 '미봉책'에 그쳤다.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면 정부가 의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실손보험 적자를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은 더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대책은 비급여 진료 비용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지만 그동안 정부나 보험업계 모두 이에 소극적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 이용을 막으려면 가입자뿐만 아니라 의료 공급자 대책도 있어야 하는데, 비급여가 방치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 비급여 정보공개확대·보고의무도입 효과 낼까
정부와 업계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비급여 진료 정보 공개 확대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보고 의무 시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중순에 비급여 진료 항목 정보 공개가 의원급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를 통해 비급여 진료 항목과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현재 4천개에서 7만개로 늘어난다. 비급여 진료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비용 공개로 터무니없는 진료비 부과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의 항목, 기준, 가격, 진료 내역을 정부에 보고하는 의무를 담은 의료법이 6월 말에 시행된다.
그러나 의료계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정부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리라고 보험업계는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1월 비급여 진료 전 항목과 비용을 설명해야 하는 사전설명제도가 도입됐으나 환자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급여 진료 보고제도는 세부 규정 마련을 앞두고 의료계에서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하려며 비급여 진료가 적절하게 관리돼야 하는데, 가입자와 공급자의 관심·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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