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벗고 29년 만에 자유 찾은 美 남성 "어안이 벙벙"

입력 2021-05-31 16:07   수정 2021-05-31 16:09

살인 누명 벗고 29년 만에 자유 찾은 美 남성 "어안이 벙벙"
"처지 같은 젊은이들 도울 것"
유명 래퍼 믹 밀도 지원사격
감방 선배가 멘토 역할하는 프로그램 구상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 남성이 살인 누명을 쓰고 29년 이상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풀려나 화제다.
30일(현지시간) ABC방송 등에 따르면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다른 조직원을 총으로 쏴죽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에릭 리딕(51)이 지난 주말 지방검사와 양형 협상을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22살이던 1991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벨마가에서 친구이기도 했던 윌리엄 캐틀렛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던 그는 이날 협상에서 3급살인 혐의와 11~22년의 징역형에 합의했다.
그는 이미 29년 6개월을 살았기 때문에 바로 석방됐다.
자신은 결백하며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해온 그는 1급 살인혐의 사실들이 대부분 무죄로 인정됐다.
그가 과거 총격전에서 공범이었지만 그가 직접 살인하지 않았으며, 증언이 조작되고 증거들이 공개되지 않아 법정 다툼에서 불리했음이 인정됐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숀 스티븐슨은 처음 리딕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1999년 최후 진술 당시 필라델피아 경찰로부터 리딕을 총격범으로 지목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면서 증언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발표했다.
리딕이 아파트 발코니에서 내려다보고 총격했다는 스티븐슨의 진술과는 다르게 사망자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총상을 입었다는 법의학적 증거도 나왔다.
그러나 리딕은 2003년까지 스티븐슨의 자술서를 받아볼 수 없었고, 재심 청구를 할 수 없었다.
펜실베이니아주 법률이 재심 청구 기간을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때로부터 1년으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오 필라델피아 시의회 의원은 "증언을 완전히 뒤집는 과학적 증거가 나왔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유죄가 아님을 밝히는 증거가 나왔음에도 재심을 못 받는 것은 틀림없이 불공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이 유죄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피고인인 리딕 측에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이 추가로 밝혀졌고, 리딕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측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의 몸이 된 리딕은 오랫동안 아들의 석방 촉구 집회를 벌여온 어머니 크리스틴, 복역 중 만나 8년 전 옥중에서 결혼한 아내 데이나와 감격의 재회를 했다.
리딕은 "정말 고맙고 어안이 벙벙하다"며 자신처럼 누명을 쓰고 수감된 흑인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방 선배가 후배를 위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활 아웃리치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리딕은 "우리는 폭력의 바이러스에 익숙해져 있다"며 "누구든지 폭력을 사용할 수 있고, 누구든지 사건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딕이 수감자 지원 프로그램을 설립하는 데에는 유명 래퍼 믹 밀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밀은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해 2017년 11월∼2018년 4월 수감생활을 하던 중 리딕을 만났는데, 그가 자신의 멘토 겸 친구가 되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나를 도와줬던 사람 곁을 떠날 수 없다"며 리딕을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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