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폴란드·헝가리 등 유럽 4개국 외무장관과 회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유럽에서 반중 감정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유럽 국가들과 1대 1로 만나며 우군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의회는 최근 유럽연합(EU)과 중국의 포괄적 투자협정(CAI) 비준을 보류했고,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는 중국과 중·동 유럽 국가 간의 '17+1' 경제 협력체 탈퇴를 선언했다.
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에서 헝가리, 아일랜드, 폴란드, 세르비아 등 유럽 4개국 외무장관과 잇따라 만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유럽의 협력과 발전을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유럽 4개국과 깊이 있고 솔직한 교류를 통해 폭넓은 공감대를 이뤘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중국과 유럽 각국의 공통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유럽의 관계에서 나타난 어려움을 중시하고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사실을 존중한다는 전제하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를 풀어 양측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EU는 지난해 12월 30일 거의 7년 만에 CAI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3월 EU가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하자 중국이 곧바로 유럽의회 의원과 EU 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에 보복 제재를 가하면서 양측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유럽 측 인사들에 가한 보복성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중국과의 CAI를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왕 부장은 "중국과 유럽은 최근 몇 년간 일방주의의 역류에 공동으로 맞서 다자주의를 지켜냈다"며 "중국과 유럽은 전면적이고 전략적 동반자로서 전체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회의 CAI 비준 보류와 리투아니아의 17+1 탈퇴 등 유럽 내 반중 여론이 잇따르자 중국이 자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외무장관을 초청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송루정(宋??) 중국 푸단대 연구원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럽 4개국을 초청한 것은 유럽 내 반중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자국을 대변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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