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운동선수 눈 밑 검은 칠 '원조'…햇빛 강할수록 더 크고 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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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프로야구를 비롯한 야외 운동 선수들이 눈 밑에 검은 칠을 해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송골매도 눈 밑 뺨의 짙은 깃털을 활용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콧수염(moustache)으로도 불리는 뺨의 줄무늬(malar stripe)가 서식하는 곳의 일사량에 따라 크기나 짙은 정도에 차이가 난다는 것인데, 운동선수들이 눈 밑에 붙이는 아이패치의 원조가 송골매인 셈이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UCT)에 따르면 이 대학 '피츠패트릭 아프리카 조류학 연구소'의 아르준 아마르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송골매의 뺨 줄무늬를 지역별로 비교해 얻은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매는 눈 밑에 짙은 색 깃털로 눈부심을 줄여 밝은 햇빛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비둘기 등을 쫓아가 잡을 수 있는 사냥 능력을 키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거의 모든 매에서 공통으로 관찰돼온 눈 밑의 짙은 깃털이 일사량과 관련돼 있다는 과학적 연구나 증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시민 과학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촬영해 웹사이트에 올린 송골매 사진을 토대로 뺨의 줄무늬 크기와 짙은 정도를 지역별 일사량과 강우량, 기온 등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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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는 매 중에서 남극을 제외하곤 모든 대륙에 서식해 좋은 비교 대상이 됐다.
연구팀은 모두 94개 지역과 국가에 서식하는 송골매의 뺨 줄무늬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일사량이 많은 곳에 서식하는 송골매일수록 빰 줄무늬 크기가 크고 검은 색을 띠는 것을 확인했다.
온도와 강우량 등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뺨의 줄무늬 깃털이 눈에 반사되는 햇빛량을 줄여 밝은 빛 조건에서 빠른 사냥감을 쫓을 수 있는 능력을 높여준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UCT 대학원생 미셸 브레토스는 "눈부심 방지 가설은 유명 문헌에도 언급돼 있지만 실증적으로 검증된 적은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매 뺨의 줄무늬 기능이 눈부심 방지 가설로 가장 잘 설명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아마르 부교수는 "송골매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서식하며 가장 널리 퍼져 있어 가장 밝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해 눈부심 방지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종이었다"면서 "각 지역의 송골매를 찍어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가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연구"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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