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군부 수장 "양국 이익 모두 고려돼야…미국과도 협력 가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아프리카 북동부 국가 수단이 러시아와 체결했던 자국 내 러시아 해군기지 건설 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대립하는 미국과의 군사협력 가능성도 내비쳐, 기지 건설을 통한 홍해 해역 교두보 확보를 노리던 러시아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 모하메드 오스만 알후세인은 이날 자국 TV 방송 블루나일(Blue Nile)과의 인터뷰에서 이전 정권에서 체결된 러시아와의 해군기지 건설 협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후세인 총참모장은 "이 협정은 이전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에서 체결된 것이고 의회 비준 동의도 받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아직 우리는 법률적으로 (협정) 의무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이익을 고려해 협정에 수정과 변화를 가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기지 건설 합의가 수단에 해를 끼치지 않고 양측의 이익을 모두 고려할 때만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후세인은 이어 수단은 미국 등 서방과의 군사협력에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수단이 러시아와 중국과의 군사협력에만 머물러야 했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이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서 미국 및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도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지난 1993년 테러조직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7년만인 지난해 목록에서 제외했다.
알후세인은 그러나 러시아와의 해군 기지 협정 재검토를 미국과의 관계 구축과 직접 연계짓는 것은 아니라고 여지를 남겼다.
수단에서는 2019년 4월 독재자 알바시르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된 뒤 군부와 야권의 대립, 유혈사태 등으로 혼란이 이어지다가 같은 해 8월 과도정부가 출범해 유지되고 있다.
군부는 야권과 함께 이끄는 과도정부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단 군부가 러시아와의 해군기지 건설 협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와 수단은 홍해 연안의 포트수단(수단항)에 러시아 해군의 물자·기술지원 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알려졌었다.
러시아는 이 기지에 약 300명의 인력을 상주시키면서, 핵 추진 함정을 포함한 4척의 군함을 한꺼번에 정박시킬 수 있을 만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홍해 해역 해군기지 확보를 통해 전 세계 해운 운송의 10%를 담당하는 주요 해운로인 수에즈 운하 통과 노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수단 해군기지는 러시아 해군이 홍해와 인도양 등으로 작전 반경을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는 현재 지중해에서의 자국 해군 활동 지원을 위해 지중해에 면한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해군 물자·기술지원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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