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으로 서방 비난·제재 강화 와중
벨라루스, 미국에 보복 제재 발표…"미 대사관 직원 정원 축소 등"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보기관이 서방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KGB)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갈라져 나온 러시아 대외첩보국(SVR) 국장 세르게이 나리슈킨과 벨라루스 KGB 위원장 이반 테르텔은 이날 벨라루스 북동부 도시 비텝스크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벨라루스 KGB는 이날 자체 사이트를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러시아 SVR과 벨라루스 KGB는 전통적인 형제 관계 정신에 따라 연합국가(Union State)의 정치, 사회·경제 상황 불안정화를 노리는 서방의 파괴적 활동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한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 오고 있다.
KGB는 또 "양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역에서 벌이는 공격적 정책과 관련, 양국의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호협력의 결과와 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러-벨라루스 정보기관 수장 회동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벨라루스 정권이 지난해 대선 부정을 둘러싼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 강경 진압과 최근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한 아일랜드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으로 국제적 비난과 제재에 직면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올해 들어 야권 저항 시위는 상당히 수그러들었으나 정국 혼란은 완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벨라루스 당국이 지난해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주도한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지난달 23일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키면서 서방의 비난이 한층 거세졌다.
루카셴코 정권과 그를 지원하는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의 정국 혼란을 친서방 정권을 세우기 위한 정권 교체 기회로 이용하려고 벨라루스의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EU와 냉전 이후 최악 수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서방과의 대결 전선에서 벨라루스를 '전초병'으로 활용하면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벨라루스 외무부는 이날 미국의 벨라루스 기업 제재에 대해 보복 제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보복 제재에는 벨라루스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정원 감축, 비자 발급 절차 엄격화,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벨라루스 내 활동 허가 취소 등이 포함된다고 외무부는 소개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4월 벨라루스 당국이 지난해 야권의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석유화학 분야 벨라루스 국영 기업 9곳에 대한 경제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국인들이 제재 대상 벨라루스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도록 금지한 이 제재는 6월 3일부터 발효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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