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정부가 4일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2주년을 맞아 무거운 침묵 속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베이징(北京) 톈안먼 광장은 평소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감시가 다소 삼엄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곳곳에 배치돼 귀에 꽂은 리시버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선글라스를 쓴 무장 경찰들이 광장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톈안먼 광장 입구에 설치된 보안검색대에서는 관광객에 대한 소지품과 신체검사가 한층 강화됐다.
때문에 보안검색대 앞에는 200m가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다만 과거처럼 톈안먼 광장 주변 지하철역을 폐쇄하거나 사진조차 찍지 못 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검색대를 통과한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톈안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화창한 날씨를 즐겼다.
외신 기자들의 톈안먼 광장 출입은 여전히 통제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2년 전 톈안먼 사태 30주년 이후 외신기자들의 광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도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톈안먼 사태를 의미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돼 있다.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톈안먼 사태는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의 톈안먼 사태 32주년 관련 보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공산당의 업적을 찬양하는 보도만 가득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우리 선택이 옳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톈안먼 사태 32주년을 하루 앞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가족 모임이 유혈 진압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는 말에 대해 "신중국 건국 70주년에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의 길이 완전히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1980년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별도의 언급을 자제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를 '1980년대 말의 정치 풍파'라고 칭한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것을 이른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빈부 격차가 커지고 공산당의 부패가 심각해진 1980년대 중국의 사회 상황이 배경에 자리한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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