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막판에 폭넓은 남북 협력 사업의 실현을 모색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5일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서울발 기사에서 북미 관계가 진전하거나 대북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면서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간판 정책으로 추진해온 남북관계 개선의 '레거시'(유산)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임기 만료 전의 남북 협력 사업은 대북 제재의 예외 또는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 등을 포함해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아사히신문은 실현하는 데 가장 장애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 인도적 사업으로는 식량과 비료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및 의료기기 공급을 통한 방역 · 보건 분야 지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선 북한의 노후화한 화력발전소 개량을 돕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검토 대상으로 올라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개성 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간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로 남북 관계가 정체 상태에 빠졌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모종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북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지원 실현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면서 지난 5월 21일의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을 거론했다.
이 공동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에 지지를 표명한다'고 했는데, 미국 측은 애초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는 '협력'을 명기하는 것에 난색을 보였지만 한국 측이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밝히고 미국이 원했던 '대만해협'을 공동성명에 넣는 형태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여지가 생겼다. 우선 한국 정부가 움직여 북미 협상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협력 사업의 구체적인 대상을 둘러싼 세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미국 측에 제시하더라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의 면제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북한은 한국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장기화가 예상되는 북미 협의에 대비해 당분간은 중국의 지원으로 견디면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북한 전 고위 관계자 말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다른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에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은 한국 진보계의 '비원'이기 때문이라며 현 정권 내에선 남북 협력 사업의 진전을 정상회담으로 연결해 업적으로 남기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남북 협력 사업이 호재로 작용해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을 회복할 경우 내년 3월의 대선에서 진보계에 유리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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