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기념없이 조용히 지날 듯…옥중 총수 사면 기류 변화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계기라고 평가받는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7일 28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회장이 수년 간 와병하다 지난해 10월 별세했고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옥중 수감 상태라 삼성은 올해 신경영 선언일이 어느 때보다 착잡한 분위기다.
6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신경영 선언일에 별다른 행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신경영 기념식을 열고 임직원 사기를 북돋웠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에는 사내 방송 등을 통해 기념했으나, 이재용 부회장과 핵심 경영진이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되며 각종 수사·재판을 받기 시작한 2017년부터 기념 행사가 사라졌다.
신경영 선언은 이건희 회장이 독일 출장 중이던 1993년 6월7일 임원들을 불러모아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것을 이른다.
외형을 중시하는 관습에 빠져 질적 성장에 소홀했다는 위기감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대전환하는 일대 계기가 신경영 선언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정작 삼성 내부는 수년째 '암흑기'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석방 이후 부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히고 '이재용 체제'를 시작하려 했으나, 올해 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됐다.
지난해 파기환송심에서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거론하며 이에 버금가는 노력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노조·경영권 문제 대국민 사과 등이 나왔으나, 최종 재판에서 이런 노력이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부회장 재수감 이후 삼성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반년만인 지난 4월 말 상속이 마무리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032830]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주식 지분 상속이 끝났다.
삼성 총수 일가는 상속세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조원 이상을 납부한다. 이 회장의 사재 1조원을 의료 분야에,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미술품 2만3천여점은 국가 미술관 등에 기증하기로 해서 현재 관련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투자 역할론과 한미정상회담 등 맞물려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재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점차 여지를 넓히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광복절 특사나 가석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재계에서 나온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이전보다 기류가 변화하면서 내부에서는 기대감이 읽힌다.
실제로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 이 부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기남 부회장이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며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