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있던 홍콩이 정치적 불안 등으로 기업 이탈이 이어지면서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널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홍콩에 있던 다국적 기업과 고급 인력들이 경쟁도시인 싱가포르와 상하이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발표된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홍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25명 가운데 42%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려와 홍콩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을 이유로 이주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미 2019년 이후 홍콩에 두고 있던 지역본부나 사무소를 이전한 기업이 수십개에 달하며 이로 인해 사무실 공실률은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팀버랜드와 노스페이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VF 코프는 지난 1월 25년째 이어온 900명 규모의 홍콩사무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소니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로레알 등은 홍콩사무실 직원 일부를 싱가포르 등지로 이전 배치했다.
네이버는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사용자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백업하는 국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바꿨으며 페이스북과 구글은 미국과 홍콩을 해저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떠난 자리는 일단 중국기업들이 메우고 있다.
지난해 6월3일 이전 1년 동안 홍콩에 지역본부를 신설한 중국기업은 63개로 집계됐다.
여기에 HSBC 등 일부 금융사는 아직도 중국 사업을 위해 홍콩의 역할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저널은 2019년 격렬했던 시위와 지난해 발효된 홍콩보안법이 불러온 정치적 불안이 '아시아의 국제도시' 홍콩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서 홍콩 주민의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금융 등 중국에 유용한 일부 산업만이 홍콩에 남게 될 것으로 보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기술 기업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2분기 홍콩증시를 통한 기업공개(IPO)는 아직까지 7건에 불과해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이후 최저 수준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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