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앞바다 '침몰 컨테이너선'서 블랙박스 회수

입력 2021-06-07 11:26  

스리랑카 앞바다 '침몰 컨테이너선'서 블랙박스 회수
운항 경로·통신 내용 등 담겨…당국, 수사에 속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스리랑카 앞바다에서 서서히 침몰 중인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에서 '블랙박스'가 회수됐다.
이에 따라 스리랑카 당국은 사고 선박의 운항 상황과 관련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7일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전문가들에 의해 MV X-프레스 펄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온전한 상태로 수거됐다.
스리랑카 해군 대변인인 인디카 데 실바는 "아직 수면 위에 있는 선교에서 VDR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VDR는 선박의 블랙박스로 불리며 운항 경로와 통신 내용 등 사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선장 등 선원을 대상으로 사고 상황을 조사 중인 스리랑카 경찰은 이 블랙박스를 토대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V X-프레스 펄호의 화재는 지난달 20일 발생했다. 수도 콜롬보에서 북서쪽으로 18㎞ 떨어진 해상에서 입항을 기다릴 때 불이 붙었다.
길이 186m인 해당 선박은 싱가포르 선적으로 1천486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상태였다. 이 화물에는 질산 25t 등 화학 제품과 화장품도 포함됐다.
불길은 이후 13일간이나 계속되다가 지난 1일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 잔해, 쇼핑백 등 산업용품 원료로 쓰이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엄청나게 바다로 쏟아져 해양 생태계와 인근 해변이 크게 오염됐다.
특히 화재 진압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온 탓에 MV X-프레스 펄호는 선미부터 서서히 침몰 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스리랑카 정부는 선주인 X-프레스 피더스를 비롯해 선원, 보험사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 환경단체인 '환경정의센터'(CEJ)도 지방 당국 등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스리랑카 정부와 선주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전문가들은 선박이 완전히 침몰할 경우 실려있던 벙커유 등 약 350t의 연료유가 유출돼 인근 해양에 끔찍한 환경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스리랑카 당국과 선주 측은 연료유와 화학 물질 유출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3일간 화재가 이어지면서 연료유와 화학물질 대부분이 타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잠수부들이 연료 탱크의 균열 여부 등을 조사하는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선박 주변 해역의 파도가 심한데다 수중 가시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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