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자체 조사 결과에서 과로·모욕당한 정황 드러나
문제 제기한 직원은 직위해제·당사자는 승진…"2년 반 동안 회사 조치 전무"
(성남=연합뉴스) 홍지인 정윤주 기자 = "임원A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올해 3월 26일)
최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숨진 네이버 직원은 상급자로부터의 모욕적인 언행과 과로에 지속해서 시달리며 괴로운 심정을 주변인들에게 털어놓았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7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부터 심야·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왔으며, 특히 지난달 출시된 내비게이션 서비스 개발을 위해 1월부터 고강도 업무에 내몰렸다.
그는 올해 1월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서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관리)하기 어렵다"라고 했고 3월에도 "장애 터져서 3일 동안 죽을 뻔 했네요ㅠ" 등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고인이 소속된 팀에 신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오히려 퇴사자가 생겨났다.
지난해 8~9월 잇달아 팀원이 회사를 떠나자 고인의 상급자인 임원A는 작년 10월 한 회의에서 "'팀원이 이직하면 OO님(고인)은 나한테 죽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이에 고인은 동료에게 "인력 부족으로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임원A가)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겨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A가 회사에서 습관적으로 모욕적인 언행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달 한 회의에서는 고인의 의견에 임원A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면박을 주고서 5분 후에 이와 동일한 내용으로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자고 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한미나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임원A는 동료에게 일주일 내로 이력서 100장을 받아오라고 한 뒤 이력서 2장을 가져오자 '농담 식으로 일을 한다'며 크게 화를 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료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밥을 사달라'는 모욕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고인을 절망케 한 것은 지속적인 호소에도 바뀌는 게 없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 5월 고인을 포함한 직원 14명이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찾아가 임원A의 언행과 관련해 면담했지만, 사실상 묵살됐다.
한 사무장은 "14명 중 4명은 팀장에서 보직 해임되고 다음 해 4명이 퇴사했다"며 "그해 2월 리더A는 현재 임원A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이후 2년 반이 지나도록 회사 조치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고인이 겪어야 했을 괴로움에 더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상실감, 학습된 무기력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분당 사옥 1층에 임시 분향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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