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을 내놨으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인력 감축, 공공주택 입지조사 권한의 국토부 회수, 시설물 성능인증 업무 등 중복 기능의 타 기관 이전, 퇴직자 취업 제한 등을 골자로 한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가 개인적 일탈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진단에 따라 조직 슬림화, 권한 분산, 내부 통제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춰 안을 마련했다는 것이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조직 개편 문제는 당·정간 이견으로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노 장관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핵심 분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쪽짜리 혁신안을 성급히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벌주기식' 대책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인식 수준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소하기 어렵다.
혁신안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는 국토부가 회수한다. 또 시설물 성능 인증과 안전 영향 평가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정보화 사업 중 일부는 한국국토정보공사나 한국부동산원으로 이관되는 등 업무와 조직이 슬림화된다. 정부는 현재 1만 명에 달하는 LH의 인력 중 2천 명가량을 감축할 계획인데 이런 기능 조정에 따라 줄어드는 인력이 약 1천 명이다. 나머지 1천여 명은 지방 조직에 대한 정밀진단 후 감축할 방침이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국토부는 20%,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0%의 인력 구조조정을 주장했는데 결국 '20% 이상' 선에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비리 예방 대책도 마련됐다. 현재 임원 7명에 국한된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자가 고위직 529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전 직원 재산등록 의무화, 연 1회 부동산 거래 조사, 실수요 목적 외 주택·토지 매입·소유 제한, 준법감시관 제도 도입 등도 포함됐다. 고위직 인건비를 동결하고 경상비와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등 과거 잘못에 대한 징계성 조치도 취했다. LH 사태 후 제기된 여러 문제와 우려를 두루 포괄한 모양새다. 큰 뼈대인 조직 개편 부분이 나와야 혁신안의 전체 윤곽이 명확해지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맞는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3월 시민단체가 폭로한 LH 직원의 불법 투기 의혹은 그러잖아도 아파트값 폭등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서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4·7 재보선에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공직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를 벌였고, 국회에서도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강도 높은 수사와 제도적 변화로 비리가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철저한 반성의 토대 위에 완성도 높은 틀을 만들고 뼈를 깎는 각오로 실천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우선 이번에 발표하지 못한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당·정이 이른 시일 내에 심도 있게 협의해 모두가 수긍할 만한 결론을 내놔야 한다. 앞서 LH를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안은 여당 측의 비판이 거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기능과 권한은 그대로 둔 채 단순히 조직을 쪼개거나 수직화하는 것으로는 관리 부실과 정보 독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는데, 타당해 보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LH를 아예 해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또 내부 통제 시스템은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이완될 가능성이 큰 만큼 독립적인 외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LH가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을 통해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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