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영구동토서 2만4천년만에 해동된 담륜충 생식 활동

입력 2021-06-08 00:01  

시베리아 영구동토서 2만4천년만에 해동된 담륜충 생식 활동
냉동 보존 다세포 생물도 가능 입증…단세포 생물서 "큰 진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담륜충(Bdelloid rotifer)은 현미경을 통해 봐야 할 정도로 작은 다세포 생물이지만 추위에 아주 강하다. 영하 20도로 언 상태에서 최대 10년을 버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훨씬 뛰어넘어 시베리아 영구 동토에서 약 2만4천년 만에 해동돼 생식 활동까지 한 것으로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저널 발행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러시아 '토양 빙설학 실험실'의 스타스 말라빈 연구원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시베리아 북동부 알라제야 강 인근 영구동토층에 3.5m 깊이의 구멍을 뚫어 채취한 시료에서 고대 담륜충을 확보했다.
아디네타(Adineta) 속(屬)으로 밝혀진 이 담륜충들은 시료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을 통해 약 2만4천 년 전 생물로 확인됐으며, 해동 뒤 단성 생식을 했다.
연구팀은 고대 담륜충을 대상으로 실험실에서 냉동 및 해동 과정을 밟았으며, 이를 통해 담륜충이 서서히 냉동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얼음 결정화를 견딜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담륜충의 세포와 기관이 극저온이 유발하는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끼나 일부 식물의 씨앗 조직이 수천 년간 얼음에 갇혔다가 해동 뒤 되살아난 적이 있는데, 담륜충도 이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토양 빙설학 실험실은 러시아 학술원 '토양과학 이화학·생물 문제 연구소'(ISSP) 산하기관으로 시베리아의 고대 영구 동토에서 미생물을 찾아내 연구하는데 특화돼 있다.
말라빈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다세포 생물도 대사 활동이 거의 완전히 멈춘 휴면 상태로 수만 년을 버틸 수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주는 것"이라면서 "핵심은 많은 소설가의 꿈처럼 다세포 생물이 수천 년간 냉동, 보관된 뒤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생명체일수록 산 채로 냉동해 보존하는 것이 더 어렵고 포유류는 현재로선 불가능하지만, 단세포 생물에서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수준이기는 해도 장과 뇌를 가진 (더 발전한 다세포) 생명체로 옮겨간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담륜충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얻은 통찰력이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의 세포와 조직, 기관을 냉동 보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영구 동토에서 장기적인 휴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다른 생물을 찾는 연구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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