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 먹여 친구 독살한 美 여성, 3년만에 살인죄 기소

입력 2021-06-08 18:00  

안약 먹여 친구 독살한 美 여성, 3년만에 살인죄 기소
사건 직후 극단적 선택인 듯 위장
숨진 친구 돈 3억여원도 훔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에서 독성이 있는 안약을 친구에게 먹여 숨지게 한 여성이 3년만에 기소됐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검찰은 제시 쿠르체프스키(37)를 2018년 10월 숨진 여성의 살해범으로 지목하고, 1급 고의살인과 중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숨진 여성은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당시 쿠르체프스키가 법률대리인까지 맡고 돌봐주던 사이였다.
이번 사건은 안약이라는 특이한 약품을 치사량 이상 먹게 해 사람을 숨지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쿠르체프스키는 3년 전 사건 당시 친구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친구는 1인용 의자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고 그의 가슴과 주변에는 다수의 으깨진 약이 놓여있었다.
쿠르체프스키는 경찰에 친구가 사망하기 전 일주일 정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고인의 몸에서 다량의 테트라하이드로졸린이 검출되면서 달라졌다.
테트라하이드로졸린은 안약의 주성분으로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과다복용하면 치명적이다.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된 테트라하이드로졸린은 안약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용했을 때 나올 수 없는 양이었다.

경찰은 일련의 정황상 쿠르체프스키가 자살을 위장한 살인범일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또 친구 시신의 부검 결과를 공유받기 전 직접 부검소에 여러 차례 전화하고 독성물질이 검출됐는지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보호관찰 아래 있던 그는 결국 2019년 7월 체포됐다.
그는 그러나 수사관들로부터 친구가 테트라하이드로졸린 때문에 사망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현장이 조작된 것 같다는 말을 듣고도,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현장이 조작됐다면 친구가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그는 친구가 사망하기 전 보드카에 안약을 타서 마시는 것을 봤고 이를 마지막으로 본 때는 숨지기 직전 밤이었다고 진술했다.
그 후엔 사건 현장에 있었던 물병에 안약 6병이 들어있었고 안약은 친구의 요청으로 자신이 사다 준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체프스키는 친구가 안약이 든 물을 오랜 기간 정기적으로 마셨기에 숨질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쿠르체프스키는 과거 도박 문제를 겪었고 사기전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그와 숨진 친구는 만남이 늘어나면서 '금융 활동 양상'도 서로 닮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친구에게서 부정 송금받은 13만달러(약 1억4천만원)를 비롯해 사기로 훔쳐 간 돈이 29만달러(약 3억2천만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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