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급망 강화 청사진은…자국 생산 늘리고 한국 등 동맹과 협력

입력 2021-06-09 02:20  

美공급망 강화 청사진은…자국 생산 늘리고 한국 등 동맹과 협력
자금·제도 동원해 미국 자체생산 확대 강조…중국의존도 탈피 본격 신호탄
한국 등 동맹 역할 주문 커질듯…바이든 '글로벌 포럼' 소집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핵심 전략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내 생산을 늘리고 한국 등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백악관은 이날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등 필수광물, 제약 등 4개 분야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이들 4개 분야에 대한 100일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상당수가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터라 기술, 경제 분야에서 중국 견제 전략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날 공개된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 때와 달리 미국의 자체 경쟁력 제고와 동맹을 동원한 협공 등 직접 충돌이 아닌 기술경쟁, 외교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중 모두와 경제적으로 긴밀한 한국으로선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미국내 투자·생산 확대 강조…재정과 제도 인센티브 활용
미국은 이날 4개 분야에 대한 장단기 전략을 망라했다.
단기적으로 공급망 왜곡 요인 대처를 통해 취약성을 해소하려는 대책이 적시됐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단기 공급난 대응 과제를 맡도록 했다. 1년 내에 경제, 안보와 관련된 6개 산업의 전략을 수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2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에 포함된 예산과 각종 제도적 인센티브를 활용해 자국 경쟁력과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제약의 경우 50~100종의 필수 의약품에 대한 자국내 생산을 위해 보건복지부 주도로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배터리 부문에선 미국 내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고, 이달 말 부문별 대표가 참석하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을 열 예정이다. 170억 달러의 대출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한다.
희토류 등 필수광물의 경우 관계기관 간 실무그룹을 구성해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가공할 수 있는 필수광물을 파악하고, 생산 용량을 늘리기 위해 국제 투자 프로젝트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압도적 생산량을 자랑하는 희토류에 대해 미국 안팎의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부문은 반도체 제조사부터 최종 사용자까지 정보 유통과 투명성,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개선하고, 동맹,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의회에는 500억 달러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특히 백악관은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꾸리기로 했다.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동타격대는 공급망과 관련해 동맹, 파트너 국가와 무역합의를 검토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백악관은 "외국의 공정한 경쟁은 환영하지만 불공정한 보조금과 이외 무역 관행이 너무 자주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배터리 한국 역할론 커질듯…바이든, 글로벌 포럼도 소집
한국 입장에서 관심 분야는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췄고 미국 내 투자도 상당한 반도체와 배터리다. 미국은 양대 기조로 자국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외교적 접근법을 강조하며 동맹, 파트너 국가와 협력에도 방점을 뒀다.
일례로 이 보고서에는 한국 74회, 대만 84회, 일본 85회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이름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미국의 견제 상대인 중국은 400번 넘게 나온다.
백악관은 "미국 홀로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며 미국이 국내 생산 증가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동맹과 협력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포함된 '쿼드'(Quad)나 주요7개국(G7)을 언급하며 외교적 다자 관여를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에 관한 공동 접근법을 개발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동맹과 파트너 국가의 정부 당국자, 민간부문이 함께 참여하는 '공급망 회복 글로벌 포럼'을 소집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또 중요한 공급망 생산 확대를 위해 미국의 국제 프로젝트 투자 시 금융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강점인 자금력을 적극 활용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반도체 부문을 설명하면서 삼성이 최근 170억 달러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한 사례를 적시하며 "반도체칩 할당 촉진, 생산 증가, 투자 증진을 위해 동맹, 파트너와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상호 보완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쿼드와 함께 한국과 양자 관여를 통한 협력 계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LG와 SK가 미국 현지에 진출한 배터리 분야 역시 미국내 제조 시설의 확대와 설립을 위해 대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을 담았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다만 이날 발표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담겼지만, 중국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진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과 직접 충돌이나 마찰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술력과 영향력으로 우위에 서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업계에서 예상한 수준의 발표로 한국 기업에 당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내용이 포함된 것 같지는 않다"면서 "미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관련 논의가 계속될 예정인 만큼 추이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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