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연명치료 중단 판결…부모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 본국 송환 희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유대계 소녀 알타 픽슬러(2)는 출생 당시 입은 심각한 뇌 손상으로 연명 치료를 받아왔다.
산소 호흡기 없이는 혼자서 호흡을 할 수도 없고 의료 기술의 도움 없이는 양분을 섭취할 수도 없다.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지만, 고통은 느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병상에 2년간 누운 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치료를 담당한 맨체스터대학 NHS 재단은 픽슬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구하기 위해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영국 법원은 지난달 28일 픽슬러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산소호흡기를 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린 것이다.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픽슬러의 부모는 딸을 이스라엘로 데려가 치료를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고등법원에 청원을 넣었다.
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데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는 게 부모들의 청원 이유였다.
픽슬러의 아버지는 이스라엘에서 의료진을 데려와 별도로 치료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회생할 가망이 없는 데다 아이를 이스라엘로 데려가는 것이 아이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이유로 청원을 기각하고, 완화치료 시설로 옮기도록 명령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아이를 이스라엘로 데려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부모가 원할 경우 연명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 법률 해석도 덧붙였다.
그리고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도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리블린 대통령은 영국 찰스 왕세자에게 서한을 보내 인도적 차원에서 아이를 데려올 수 있게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20년 예루살렘을 방문한 찰스 왕세자를 맞이한 적이 있는 리블린 대통령은 "만약 (픽슬러) 부모의 희망 사항이 법과 그들의 종교적인 신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수용되지 않으면 비극이 될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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